"막상 받으니까 담담하네요".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23)가 마침내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강정호는 11일 오후 3시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유격수 부문에서 두산 손시헌을 밀어내고 당당히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총 373 유효표 중 224표를 받아 두산 손시헌(135표)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강정호는 "작년에 받지 못해 한이 맺혔는데 정말 기쁘다. 내년에 좀더 좋은 성적을 올려 이 자리에 또 다시 서고 싶다"면서 "누나(강미숙)가 작년에는 내가 받지 못해 울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골든글러브를 받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표정은 덤덤했다. 본인도 "받기 전에는 정말 받고 싶었는데 막상 받으니 그렇다"면서 "욕심 내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애썼다"고 살짝 웃어보였다.
강정호가 풀타임 유격수로서의 첫 발은 2008년부터였다. 넥센 히어로즈 초대 사령탑 이광환 감독의 눈에 들어 꾸준하게 유격수 기용됐다. 당시 이 감독은 "송구 능력이 좋고 글러브에서 볼을 빼는 동작이 상당히 간결하다. 전체적으로 포구에서 송구로 이어지는 흐름이 안정적"이라며 "차세대 국가대표 유격수가 될 선수니 잘 지켜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정호는 그 해 8홈런 47타점에 2할7푼1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당당히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 롯데 박기혁이 154표를 받으며 골든글러브 영예를 안았지만 강정호는 10표에 그쳐 삼성 박진만(150표), SK 나주환(17표), 한화 김맨재(15표)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강정호는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내가 10표 밖에 받지 못할 정도였나"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골든글러브를 타겠다"고 다짐했다.
2009년에도 후보에 올랐다. 모든 것이 업그레이드됐다. 유격수로서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부터 신뢰까지 탄탄히 다지며 133경기 전경기를 소화했다. 기록도 나아졌다. 2할8푼6리의 타율에 23홈런 81타점을 올렸다. 넥센의 간판 내야수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산 손시헌에게 막혔다. 2할8푼9리의 타율에 11홈런 59타점을 기록한 손시헌이 다소 밀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깨고 총 341 유효표 중 159표를 받아 골든글러브 주인공이 된 것이었다. 타율과 팀 성적, 안정된 수비에 대한 평가에서 강정호가 뒤졌다는 평이었다. 강정호는 역대 두 번째 최다득표 탈락자로 이름을 올렸다.
은근히 수상을 기대했던 강정호의 실망은 의외로 컸다. "이런 성적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것이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내년에는 진짜 실력차를 확실하게 내서 경쟁자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다짐했다. 특히 "'내가 아닌 KIA 이종범 선배가 기록했다면 누가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면서 "내년(2010년)에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지켜봐달라. 독사같이 야구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강정호는 골든글러브에서 들이킨 쓴잔들을 차곡차곡 가슴에 쌓아 올 시즌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승화시켰다. 전경기(133경기) 출장과 함께 타율은 3할1리로 수직 상승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저우 대표팀 멤버로 당당히 합류, 장쾌한 홈런포로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강정호는 생방송이 끝난 후 펼쳐진 2부 순서에서 도전하고 싶은 기록으로 "도루왕을 하고 싶다"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바람을 밝혔다. 그러나 이내 곧 "진짜 도전하고 싶은 것은 한국시리즈 MVP"라고 털어놓았다.
두 번의 실패 후 성공. 골든글러브를 통해 강정호가 차세대 대표 유격수로 무럭무럭 성장해가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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