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에 '은퇴 할 때가 됐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조인성(35)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포수 역대 최초 100타점을 돌파한 LG 트윈스 '안방마님' 조인성(34)이 11일 오후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서 박경완(38, SK)과 치열한 접전 끝에 167-165, 2표차로 데뷔 첫 골든 글러브 주인공이 됐다.

매사 자신감이 넘치는 평소와 달리 상기된 얼굴로 단상에 올라간 조인성은 "믿기지 않는다"는 수상 소감을 가볍게 떨린 목소리로 밝혔다.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문득 전날 OSEN과 전화통화에서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지에서 10일 저녁 한국에 도착한 조인성은 "솔직히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지 못해 잘 모르겠다"며 "지난해 안 좋은 일 때문에 정말 힘들었는데 올해 열심히 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올 시즌 초 난 선발로 출장하지 못하거나 경기 중반에 자주 교체됐다"고 말한 뒤 잠시 머뭇거리다 "주전이 아닌 교체 선수로 나가니까 나도 모르게 '아, 나도 이제 은퇴할 때가 됐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삭였다. 말한 조인성도 놀란 듯 했다.
실제로 조인성은 3월 27일 삼성과 개막전에 선발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이후 경기 후반 김태군과 마스크를 교대로 썼고, 4월 6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선발 자리를 내줬다. 이후 선발로 출장하는 경기가 많았지만 경기 후반 또는 중간에 자주 교체돼 4월까지는 홈플레이트가 조인성의 안방이 아니었다.
다행히 이후 선발 자리를 되찾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정강이 부상이었다. 전경기 출장의 최대 위기였다. 조인성은 5월 2일 문학 SK전에서 8회말 수비 때 박경완의 안타에 홈으로 쇄도하던 2루주자 박정권과 홈플레이트에서 충돌하며 부상을 입었다. 보호장구를 차고 있었지만 후유증은 심각했다.
다음날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발목부터 무릎 사이 정강이는 온통 파란 멍이 들어 있었다. 이후 조인성은 압박 붕대를 감고 선발 출전하는 투혼을 보이며 이 순간을 극복했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걸음을 걸을 때마다 계속해서 절뚝거렸지만 홈플레이트에서는 온 몸으로 공을 막았다.

큰 위기와 시련을 극복하자 이후 그의 배트는 춤추기 시작했다. 그는 올 시즌 133경기 전경기 출장과 함께 포수 처음으로 세 자릿수 타점을 돌파, LG 팀 역대 최다 타점 등의 기록을 갈아 치우며 3할1푼7리의 타율에 145안타 28홈런 107타점 69득점으로 마감했다. 지난 1998년 LG입단 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골든글러브를 받기에 충분한 성적이었지만 조인성은 소속팀 LG가 8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하며 SK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이끈 박경완에게 밀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행히 극적으로 황금 장갑을 낀 조인성은 "내년은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올 시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해였지만 팀 성적은 아쉬웠다. 이제는 호흡 잘 맞춰서 내년에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이 자리에 다시 서겠다"고 다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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