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는 군필자만…4대보험도 됩니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12.13 16: 10

- 나이트클럽 생활 20년 진아랑 클럽아이 사장
한달 수입 최고 1400만원…외제차에 골프도
기획력 필요한 직업, 대기업과 다를 바 없어

나이트클럽 놀이문화로 한류 일으키는게 꿈
[이브닝신문/OSEN=백민재 기자] 나이트클럽의 시즌 연말. 청담동 리베라 호텔 지하의 클럽아이(i)는 오늘도 분주하게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진아랑 사장이 5년 째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이다. 90년대 중반 ‘밤의 성지’로 꼽히던 줄리아나 나이트를 운영하던 주인이다. 이 바닥 생활만 벌써 20년째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나이트클럽 경기는 어떤가.
▲연평도 사건이다 뭐다 해서 연말인데도 다들 힘들다. 술집뿐만 아니라, 요식업 하시는 분들은 다들 비슷할거다.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음주 문화 자체도 바뀌었고. 예전에는 1차 2차 계속 가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소맥 먹고 대리운전 불러서 가버린다. 접대 문화도 없어지는 추세라 소위 아가씨 있는 술집들은 더 힘들거다.
 
-언제부터 이쪽 일을 시작했는지.
▲89년도부터 이 쪽 일을 시작했으니 20년째다. 가장 밑바닥 일 부터 시작해 유명하다는 클럽에서는 모두 일해봤다. 그때만 해도 나이트클럽은 현실에 안주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90년도에 나이트클럽 꾸띠에서 일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때 꾸띠를 심형래 사장님이 운영했다. 항상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걸 강조하셨다.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은 없고, 술집도 마찬가지라고. 우리는 신기했지. 연예인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웃음).
 
-과거 줄리아나 나이트를 운영했었는데.
▲94년도부터 줄리아나에서 일했다. 그때부터 소위 오렌지족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매스컴에는 좀 부정적으로 알려졌는데, 그것 때문에 나이트가 더 떴다. 지금 생각하면 영업도 희한하게 했다. 피크 타임 때 일부러 손님을 받지 않았다. 1시간 반 동안. 그러면 손님들은 공중전화로 전화하고 난리가 났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우리 나이트는 일찍 차니까 더 빨리 오라는 뜻에서(웃음). 또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때 입구에서 신분증을 검사하고 입장 시켜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을 했다. 반바지는 당연히 못 들어가고, 청바지도 못 들어갔다. 술값이 비싸거나 그렇지는 않았는데 복장은 엄격했다. 자리가 없어서 1~2시간씩 기다리고, 입구에서 제비뽑기도 했었다. 이제 앞으로 그런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일도 많았겠다.
▲어떤 기자가 그러더라. 90년대 최고 히트상품은 서태지와 아이들과 줄리아나라고.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왔다고 보면 된다. 박찬호 같은 스포츠 스타는 말할 것도 없고, 운동선수, 연예인들까지. 대한민국에 잘나가는 누구누구의 아들까지 다 왔다. 그때만 해도 밤에 남녀가 만나 놀 공간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신사적으로 놀았다. 나도 지금으로 말하면 팬클럽 같은 게 있었다. 연예인 인기가 부럽지 않았을 정도로. 압구정 거리에 나가면 환호성도 지르고, 선물도 사다주고(웃음). 그게 그 시절의 풍경이었다.
 
-클럽아이의 웨이터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다양한 사람들이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는 친구도 있고, 대학생도 있다. 대학생 친구는 1학기 등록금을 벌러 왔다 3년 째 일하고 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자기 인생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다. 물론 나쁜 사람도 있다. 돈 떼먹고 도망가기도 하고. 하지만 어떤 조직이나 나쁜 사람은 있지 않나. 특히 술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다. 진짜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범죄를 저질렀겠지.
 
-웨이터의 자격조건도 있나.
▲일단 군필자가 아니면 받지 않는다. 일하다 갑자기 군대 가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지만, 개념 문제도 있다.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니 힘들다. 보통 술집이라고 하면 조폭이나 건달쯤으로 생각하는데, 그런 시대는 지났다. 연봉도 꽤 주고, 4대 보험도 다 된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탈세나 불법을 저지르기 힘들다. TV나 영화에서는 웨이터를 사람 취급 안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또 젊은이들을 상대로 하는 업종은 기획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감히 비교하건데 삼성 같은 대기업과 다를 바 없다. 저도 이 일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들진 않지만, 어디 가서 숨기지도 않는다. 나쁜 짓 하는 게 아니니까.
-웨이터들의 수입은 어떤가.
▲천차만별이다. 가장 수입이 많은 사람은 한 달에 1300~1400만원 정도 번다. 외제차 몰고 골프 치면서 다니는 웨이터들도 있다. 다만 손님이 많은 웨이터와 적은 웨이터가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한다. 1000만원 매출 올리는 웨이터 5명을 데려온다고 해서 5000만원 매출은 나오지 않는다. 신입의 경우 3개월까지 밥 두 끼를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 밥 먹을 돈이 없는 얘들도 있으니까. 물론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웬만한 회사 다니는 것 보다는 괜찮다. 근성과 자신만의 프라이드가 있어야 한다. 누가 알아볼까 쪽팔려하고 그러면 못한다.
 
-달갑지 않은 손님도 있을 것이다.
▲처음 오자마자 웨이터에게 욕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명한 사람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 술집은 그 사람의 끝을 보게 되는 곳이니까. 참 희한하게도, 유명해졌다고 주접떠는 사람들은 절대 오래가지 못하더라(웃음). 연예인들 중에서도 끝까지 매너 있게 존댓말을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우리가 더 어려워한다. 그리고 여자 손님들에게 거칠게 대하는 사람들. 우린 그러면 퇴장시킨다. 여기는 다 같이 노는 곳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다 같이 생계를 유지하는 곳이다. 웨이터뿐만 아니라 주방, 바텐더, 경리, 청소하는 사람들까지. 일하는 사람만 160명이 넘는다.
 
-클럽아이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5년 동안 프로야구 우승파티를 두 번했다. 삼성 라이온스와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 세리머니였다. 그땐 마치 외국 같았다. 선수들도 재미있게 놀고, 손님들도 다 구경하고. 사실 그것 때문에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다. 강남 나이트클럽 세 군데에서 ‘삼성 선수들이 우리 가게로 올 것’이라고 장담을 했다. 그런데 결국 우리 가게로 왔다(웃음). 좀 유치하지만 그런 것들이 크다. 매출보다는 자긍심의 문제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클럽으로 한류를 일으켜보고 싶다. 물론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함께 협력해서. 나이트클럽 역시 한국인들의 놀이 문화 중 하나다. 나이트는 술만 먹는 곳이 아니라, 놀면서 술도 마시는 곳이다. 어떻게 우리 민족이 술 안먹고 춤 안추고 살겠나. 그리고 시대가 바뀐 만큼, 클럽문화도 이제 양지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nescafe@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그는 한 달에 세권 이상 경영 관련 서적을 읽는다. 클럽아이 곳곳에는 그의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트위터 주소가 붙어 있다. 거기다 취한 손님들에는 자동차 키를 주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초반에는 많이 싸웠다. 끝까지 대리를 부르라고 권하는 것이 우리업소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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