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LG 트윈스 우완투수 최원호(37)가 정든 그라운드를 뒤로 하고 스카우트로 '제 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최원호는 최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선수생활을 더 할까 고민도 했지만 스카우트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며 "지도자 생활을 하면 어린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기에 스카우트를 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달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개강한 베이스볼 아카데미에 마스터코스를 신청한 최원호는 이제는 야구공과 글러브가 아닌 펜을 들고 책과 씨름하고 있다. 마스터코스는 프로와 아마추어 지도자를 할 수 있는 최상위단계로 KBO기준으로 10년 이상 선수생활을 하거나 아마추어 지도자 경력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코스다.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지난 시간이었지만 최원호는 새로운 삶에 의욕적이었다. 올 시즌까지 프로 15년차인 최원호는 "자격증을 떠나서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구단에서도 단장님이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베이스볼 아카데미 수업을 듣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시즌 10승 하고 은퇴하려고 했는데…"
지난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최원호는 2000시즌부터 LG 유니폼을 입었다. 팀을 옮기자 마자 어깨 수술을 한 최원호는 정신 없이 운동만 했다. 프로 통산 15년을 파노라마처럼 정리해도 운동밖에 없었다.

최원호는 "LG와서 정말로 운동만 한 것 같다. 팀 성적도 2002년 이후 안 났다.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악재들이 많았다. 선수생활을 좋게 마무리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원래는 2009년 10승을 올리고 은퇴하려고 했는데 휴게소에서 부상을 당한 게 아쉽다"고 시간을 돌이켰다.
SK로 팀을 옮겨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최원호는 "이것 때문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연락 많이 받았다"고 말하며 "원래 목표는 8개 구단이 날 거부할 때까지 선수로 뛰고 싶었다. 다른 팀으로 가서 1년 성적을 내고 은퇴를 하는 게 어떨까 생각도 했는데 팀 옮기는 것이 가장 걸렸다. 현대에서 LG로 와서 11년 동안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10년 이상 이곳에 있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며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실제로 최원호는 지난 겨울 LG 잠실 실내연습장에서 가장 열심히 운동했다. 그런데 시즌 초반 어깨가 좀 안 좋았다. 몸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경기, 개막에 몸을 맞추다 보니 무리가 왔다. 박종훈 감독이 새로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베테랑이지만 무언가 보여줘야 했다.
재활군에 머물던 최원호는 올해 재활을 했다. 시즌 막판 몸을 만든 최원호는 3경기에 등판해 11⅔이닝을 던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수를 계속하려고 했지만 마지막 시합 끝나고 구단에서 연락을 받고 고심 끝에 정들었던 마운드를 뒤로 했다.
▲"2002년 KS 끝내기 홈런, 지금도 아쉽다"
최원호는 지금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순간이 있다. 199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던 순간, 그리고 2002년 한국시리즈 삼성전에서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을 때다. 자신뿐 아니라 야구팬들에게는 모두가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명장면이다.

그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박찬호 등과 함께 금메달을 땄을 때 정말 기뻤다. 아마도 선수 생활 추억을 돌이켜 볼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고 추억했다.
아쉬웠던 순간에 대해서 그는 "2002년 끝내기 홈런을 맞은 것은 지금도 아쉽다"고 말했다. 최원호는 2002년 삼성과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9-9 동점 상황에서 마해영을 상대로 138km 바깥쪽 직구를 던지다 우월 끝내기 솔로 홈런을 맞았다.
당시 최원호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7경기에 등판 11⅓이닝 동안 195개의 공을 던졌다. 실제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지만 매 경기 불펜에서 대기했기에 실제 투구수는 600개가 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규 시즌에도 31경기 138⅔이닝을 소화했다. 이 때문에 6차전 경기 전 연습을 하는데 오른 팔이 거의 올라가지 않았다. 당시에는 다들 그랬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스카우트로 새로운 시작, 최종 목표는 지도자
내년 1월부터 스카우트팀으로 출근할 예정인 최원호는 이제부터 스피드건을 들고 전국을 누빌 예정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고교야구가 주말리그제로 전환됨에 따라 그의 몫이 더 중요해졌다.
최원호는 "최종 목적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거기에 앞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스카우트 일도 하고 싶었다. 일본 또는 미국으로 코치 연수도 생각했다. 어차피 지도자 생활을 하면 어린 친구부터 시작해야 하기에 스카우트도 좋다고 생각했다"며 "자세한 건 아직 모르고, 개인적으로 1년 정도는 따라 다니면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오버인 것 같다. 뭐든지 열심히 배우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일단 소신은 확실하다. 최원호는 "잘 배워서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주변 사람이 내게 물어봤을 때 소신껏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가장 어렵겠지만…"이라며 웃었다.
LG 김진철 운영 팀장도 "최원호는 현역 시절 좋은 투수였다. 스카우트를 하면서 앞으로 지도자로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워낙 성실한 친구니까 믿음이 간다"고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원호는 마지막으로 LG 팬들에게 "항상 겨울 되면 많이 시끄러운데 사실 훈련하면서 느끼는 것은 LG 선수들이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다만 성적이 안 나서 그렇다. 밖에서 비춰지는 말들은 성적이 안 나서 이상한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럴 때 가장 안타깝다"며 "성적이 한번 나면 잘 할 것 같다.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그때까지 못 기다리겠나. 우리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었으면 좋겠다. 터닝 포인트만 주어지면 좋은 성적 기대한다"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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