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스물 일곱살 때 모습이다. 내가 봐도 대단했다".(웃음)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는 선수 생활이었으나 내실 있는 활약을 펼쳤다는 데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외야수 '타신' 임재철(34. 두산 베어스)이 다음 시즌 팀 우승에 공헌하고 당당하게 재계약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올 시즌 임재철은 페넌트레이스서 96경기 2할9푼2리(130타수 38안타) 3홈런 18타점 7도루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주전 우익수로 121경기 2할8푼1리 6홈런 50타점 11도루를 기록하며 군 공백 2년을 무색케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아쉬움이 있는 정규시즌 성적표.
그러나 이는 부진했다기보다 파괴력을 앞세운 전략을 위해 거포 유망주 이성렬을 중용했던 팀 전략서 배제된 감이 컸기 때문. 포스트시즌서 수비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경문 감독의 믿음 속 다시 주전 우익수로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임재철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서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2타점을 올린 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경기서는 3할8리(13타수 4안타) 4타점으로 친정팀들을 상대해 공수서 제 몫을 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서는 극적인 동점타로 승패 추를 두산 쪽으로 기울여 놓기도 했다.
"마음 고생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만약 정규시즌서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지지 않은 데 대해서 낙담하고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면 포스트시즌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을 테니까".
2010시즌이 모두 끝난 뒤 임재철은 즐겨 찾는 피트니스 센터로 출퇴근하며 비시즌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데 여념이 없다. "살이 쪄서 전지훈련 가기 전에 빨리 감량해야 한다"라며 걱정하던 임재철은 밤에도 다시 피트니스 센터를 찾았을 정도로 힘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외야 수비력. 화려하기보다 안정된 포구를 자랑하는 동시에 홈으로 향하는 레이저빔 송구는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 속 보물. 이야기 도중 임재철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2002년 삼성 시절 경기 영상으로 KIA와의 대구 경기였다.
펜스 바로 앞에서 우익수 뜬공을 잡은 젊은 시절 임재철이 정확히 포수 미트로 빨려들어가는 노바운드 송구를 펼치며 홈 태그업한 3루 주자 장성호(현 한화)를 아웃시킨 장면이었다. 스스로 기량에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베테랑임에도 성실한 체력관리로 젊은 선수보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임재철이지만 다음 시즌 주전 우익수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성렬이 올 시즌 24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거포 군단 변신에 한 몫 하며 제 입지를 구축했고 신예 정수빈도 재치있는 경기력으로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생애 다시 없을 기회인 FA 자격 취득을 앞둔 임재철이지만 주전으로서 풀타임 활약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주전으로 뛸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성렬이도 좋은 활약을 펼쳤고 수빈이의 경기력도 만만치 않더라. 다만 포스트시즌서는 내 모습을 확실히 보여줄 자신이 충분하다. 다음 시즌에는 꼭 우리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면면을 보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팀이다".
뒤이어 그는 FA 자격 취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가 7월 중 2군으로 내려갔을 때 몇몇 팀이 "우리 팀에 오면 주전 우익수일 텐데"라며 아쉬움을 비추기도 했으나 FA 시장에서 임재철을 영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거액의 보상금과 함께 18인 보호선수 외 유망주를 내줄 수도 있는, 스타에게는 유리하지만 준척급 선수들에게는 불리한 현 FA 제도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임재철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FA로서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팀에서 다음 시즌 호성적으로 우승을 함께 일구고 당당하게 재계약하고 싶다. 충분히 좋은 팀인 만큼 이 곳에서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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