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 구단 단장들이 직접 참석하는 실행위원회 회의가 오늘부터 이틀 동안 광주에서 열린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실행위원회는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11일에 있었던 8개구단 감독자 회의에서 나온 주제들을 안건 형식으로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크게 '무승부 제도 수정, 과열된 마무리 훈련, 경기수 및 엔트리 확대, 외국인 선수 확대, 신생구단 창단 지원 등이 주제가 될 것이다.

이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내용은 무승부 제도 수정여부다. 지난주 감독자 회의에서는 2009년부터 시행된 '무승부=패배' 공식이 불합리하다면서 지난 1987년부터 1999년까지 시행한 연장 12회까지 동점일 경우 양팀에 0.5승을 인정해 주는 방식을 채택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팬들의 생각은 어떨까. OSEN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트위트와 개별 설문을 통해 100명의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무승부 제도를 수정해야 하는지, 만약 수정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바꾸면 좋을지를 물었다. 물론 표본이 100명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이 야구장을 직접 찾은 팬들의 응답이기에 정확성 및 실질 야구팬들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총 5개의 선택 항목 중에서 1번은 현행 무승부 제도 유지, 2번은 연장12회 무승부 0.5승, 3번은 연장 15회 무승부 0.5승, 4번은 이닝에 상관없이 점수를 앞서는 팀이 이기는 끝장승부, 그리고 5번은 기타 각자 아이디어를 말하게 했다.

일단 100명의 설문자가 1번 '무승부=패배'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는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어 무승부 제도를 수정할 경우에 대해서는 4번 '끝장승부'를 51명(51%)가 꼽았다. 감독자 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연장 12회 무승부 0.5승도 35명(35%)의 지지를 받았다. 연장 15회 무승부 0.5승과 기타 의견을 표시한 팬들은 각각 7명씩 있었다.
그렇다면 왜 야구팬들은 끝장승부를 원하는 것일까. 아이디가 @inojerno인 분은 "야구에 왜 무승부가 필요한 지 이해를 못하겠다. 체력이 딸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미국은 우리보다 엔트리 1명 적고 경기수나 이동거리도 비교 불가할 정도"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MBC 정우영 야구 캐스터(아이디 @woo0c)도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한지 팬들의 재미가 중요한가의 문제라고 본다"며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이 느끼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끝장승부는 팬들에게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룰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끝장승부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다. 야구는 원래 끝장을 보는 것이다. 12회 룰은 일본의 관리야구가 너무 큰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한다"며 "중계를 하는 입장에서 힘들 수도 있지만 캐스터도 야구팬이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아이디 oz_nelson님도 "끝장승부 한 시즌에 몇 게임 안 나오는데…"라고 말했고, lyrowoo님도 "2008년 무제한 경기는 2경기 밖에 없었다"며 끝장승부를 지지했다.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에서 끝장 승부는 2번 있었다. 지난 2008년 6월 12일 목동 KIA-넥센전이 최초 끝장승부였고, 9월 3일 잠실 한화-두산전이 마지막 끝장승부였다. 특히 한화-두산전은 연장 18회까지 펼처지며 소요시간 5시간 51분을 비롯해 각종 진기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그게 바로 야구다. 끝까지 승부를 가려야 한다. 프로 선수들은 그만한 체력을 갖고 있다. 무승부로 인해 포스트시즌에 못 나간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광환 전 넥센 감독과 SK 와이번스 이만수 코치도 무제한 연장전에 대해 찬성했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하기로 했으니 올시즌은 끝까지 해보고, 팬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다시 검토해 보는것이 좋겠다"라는 의견을 냈다. 물론 현장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2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팬들은 끝장승부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35%가 답변한 12회 연장 무승부시 0.5승을 부여하는 제도 부활에 대해 yeji_kim님은 "15회나 끝장 승부는 선수들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 같다. 무승부가 패로 계산되는 건 솔직히 너무 억울해 보인다. 두 팀 다 진 건 아니다"고 말했다.
Creaming8님도 "패배 제도는 팬들에게 너무 허무한 경기로 남는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허무한 결과로 만지 않았을까 싶다"며 "무승부라도 선수들, 코칭 스태프들의 노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여성팬들 가운데서는 thinkparty님은 "끝장 승부가 좋지만 현실적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12회 연장만 가도 밤 10시를 훌쩍 넘는다. 더 늦으면 다음날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전했고, summerrain815님은 "더 길어지면 엉덩이 아파서 못 앉아있는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했다.
한편 5번 기타 의견으로는 "12회 무승부일 경우 0.5승이 아닌 0.33승을 주자. 0.33승일 경우 3번 무승부가 아닌 이상 팀으로서는 더 복잡하게 돼 치열하게 경기를 할 것"이라는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또 "국제 대회와 같이 승부치기를 하자"는 의견과 "현행 무승부=패배'제도만 아니면 된다"고 꼬집은 팬들도 있었다.
한편 대부분의 야구 팬들이 "현행 정규 시즌 엔트리를 26명 등록 24명 출전에서 27명 등록 25명 출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과연 실행위원회에서 무승부 규정을 놓고 어떤 결론을 낼지 기대된다. 현장의 야구인들 뿐 아니라 야구 팬들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도 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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