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 선수로 다시 태어난다면 개인적인 것을 하고 싶다".
야구공 하나로 미국프로야구(MLB)에서 아시아 최다승 투수가 된 '코리안특급' 박찬호(37)가 "다시 태어나면 야구 선수가 아닌 유도, 태권도,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찬호는 15일 오전 11시 용인대학교 초청 '스포츠인의 도전정신'이라는 주제의 특강에 참석해 학생들에게 지난 17년동안 '메이저리거'로서 느낀 경험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박찬호는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강의 속에서 한 학생의 '다시 태어나도 유명한 야구선수로 살아갈 삶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다시 태어나면 유명한 야구선수…아"라는 말을 내뱉으며 잠시 동안 깊은 생각을 한 박찬호는 "또 다시 겪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 선수로 다시 태어난다면 개인적인 것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박찬호는 구체적으로 "유도, 태권도,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구를 하다 보면 난 정말 잘 던졌는데 승리가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웃음을 지은 뒤 "골프는 개인으로서 운동 성과를 알 수 있다"고 말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웃음을 줬다.
유명인으로서 삶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박찬호는 "난 극히 자유롭게 돌아 다닌다. 근데 조금 불편할 뿐이다. 사람들은 조금 특별하게 보고 있다. 사람들은 좀 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러워한다. 내가 안 좋은 상황이 생기면 좋아한다. 악플을 한다. 욕을 한다. 굉장히 평범하다. 사실 과거에는 그걸 못 느꼈다. 난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부담감으로 불안했다. 늘 숨고 싶고 혼자이고 싶었다. 외롭다. 알려진 사람들은 굉장히 외롭다. 저 또한 굉장히 외롭다"고 공인의 삶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유명한 사람은 두 가지 인생을 살아야 한다. 사적인 삶과 공개된 삶을 살아야 한다. 미국의 공인들은 항상 외로워한다. 그래서 항상 뭔가를 자꾸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하게 된다. 약물, 도박을 하기도 한다. 다른 쪽으로 가게 된다"고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미국의 유명한 사람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에서는 두 가지 인생을 용납하지 않는다. 알려진 사람들을 사생활을 공개된 것으로 알리려고 노력한다. 근데 일반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생활에 대해서 알게 되면 좋고 나쁘고를 판단한다. 자기는 똑같이 하면서도 알려진 사람이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에서 알려진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것 같다. 우리 문화가 조금 더 성숙해지려면 같이 서로 이해하는 문화로 거듭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시 태어나도 운동 선수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박찬호. "야구 선수가 아닌 다른 종목의 운동 선수로서 삶을 살고 싶음을 나타냈지만 수많은 야구 팬들에게는 실망스런 답변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난 17년 동안 그의 삶을 존중해 줄 때도 된 것 같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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