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타자' 정원석, "내년이 더 중요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2.17 07: 05

"내년에 못하면 반짝했다는 소리밖에 못 듣는다".
1년 전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한화 내야수 정원석(33). 1년 전 그는 오갈데 없는 신세였다. 9년간 몸담았던 두산에서 방출된 후 새로운 팀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정원석은 여전히 쌀쌀한 겨울바람을 맞고 있다. 그러나 그의 위상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다. 풀타임 주전 첫 해부터 당당히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석은 1년 전 그때처럼 이를 악물고 있다. 정원석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방출선수에서 3할 타자로

지난해 이맘때 정원석은 방출 칼바람을 맞았다. 1군에서 9년간 통산 타율 2할2푼3리 5홈런 36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정원석은 "스스로 자기관리를 하지 못했다. 야구를 등한시했다"고 두산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KIA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그 와중에 한화의 연락을 받아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다. 각오도 달라졌다. 정원석은 "바닥을 한 번 치니까 사람이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떠올렸다. 어느 때보다 훈련에 매달렸다. 그런 그에게 마침내 기회다운 기회가 주어졌다.
데뷔 후 가장 많은 118경기를 뛴 정원석은 353타수 106안타 타율 3할을 기록했다. 7홈런 42타점 39득점 14도루 모두 데뷔 후 최다기록들. 그는 "올해가 프로야구를 처음 해본 해"라고 겸연쩍게 웃었다. 두산에서는 막강한 선후배들 사이에서 변변찮은 기회를 부여잡지 못했던 정원석에게 한화는 기회의 땅이었다. 3할 타자가 된 후 그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도 달라졌다. 정원석은 "3할 타율을 친 것은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기에 많이 나갔던 덕도 컸다"고 털어놓았다.
▲ 3할, 풀타임 주전의 의미
지난 9월26일 대전 KIA전.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로 이미 순위다툼은 의미없었다. 하지만 정원석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한판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은 2할9푼6리. 3할을 위해서라면 4타수 2안타는 물론 3타수 2안타를 해도 안 됐다. 무조건 2타수 2안타 이상을 쳐야 했다. 정원석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나한테는 3할이 정말 중요했다. 야구하면서 3할을 못 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같은 선수가 3할을 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갈 때 참으로 뿌듯했다. 경기 후에는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었다"며 껄껄 웃었다. 정원석 덕분에 소속팀 한화도 '3할 타자가 있는데'를 외칠 수 있게 됐다.
 
규정타석 3할도 의미있었지만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것도 정원석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는 "백업 선수는 내일이 보장 되지 않는다. 풀타임 주전은 심리적으로 편한 것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성적이 뚝 떨어졌는데 슬럼프인줄 알고 더 운동한 것이 그만 오버페이스가 되고 말았다. 중간에 허리까지 아팠다. 체력조절을 하며 버텼어야 했는데 그런 경험이 없었다. 풀타임도 참 쉬운 것이 아니더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성공적인 시행착오를 겪은 그에게는 이제 풀타임 주전의 노하우라는 또 다른 무기가 생겼다.
▲ 내년이 더 중요하다
시즌 종료 후 나가사키 마무리훈련을 다녀온 정원석은 보름여간 휴식을 취하다 이번주부터 다시 대전으로 내려와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비활동기간인 만큼 쉴 법도 하지만 눈에 밟히는 가족들을 서울에 남겨두며 대전으로 내려왔다. 내년을 위해 이를 더 악물고 있다. 정원석은 "내년에 못 하면 잠깐 반짝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내년에 어느 정도 성적을 내지 못하면 배가 불렀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2년차 징크스 소리도 듣지 못한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한화는 수비가 좋은 한상훈과 백승룡이 군에서 제대해 복귀했다. 이범호가 일본에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내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것이다. 정원석은 "11년간 프로무대에서 아등바등하며 살아남고 있는데 주전 경쟁에서도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선수들이 오니까 더욱 정신차리고 있다. 팀도 경쟁을 해야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나. 경쟁을 하지 않으면 나태해진다. 나태해지면 한순간에 가버린다"며 선의의 경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성공이라는 포만감에 젖기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는 정원석. 1년 전 그때와 마찬가지로 찬바람 맞으며 훈련하고 있는 그의 2011시즌은 벌써 시작됐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