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전향이요? 만약에 바꾼다고 해도 포수 자리에서 제 힘을 모두 쏟고 싶습니다. 전 아직 1군에서 보여드린 게 없으니까요".
꼭 1년 전 군에서 갓 제대한 포수 유망주에 대해 올 시즌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전망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첫 풀타임 시즌서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의 호성적으로 신인왕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주인공은 파괴력과 신예 답지 않은 담력으로 두산 베어스 안방을 꿰찬 양의지(23)다.

그리고 양의지의 성공 전례에 고무된 또 한 명의 유망주가 1군서의 활약을 꿈꾼다. 주인공은 상무 제대 후 팀에 복귀한 김재환(22)이다. 지난 2008년 2차 1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포수 유망주 김재환은 상무서 2년 간 복무한 뒤 지난 10월 제대해 곧바로 팀 마무리 훈련에 복귀했다.
올 시즌 김재환은 2군 북부리그서 3할1푼6리 21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상무 중심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다. 2군서 한 시즌 100타점을 넘긴 선수는 프로야구 역사상 김재환이 유일하다. 대만 대륙간컵이 끝난 후 곧바로 팀에 합류한 김재환은 마무리훈련이 끝난 후에도 잠실구장을 찾아 자율훈련에 열중하는 중.
지난 17일 잠실구장서 만난 김재환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모든 것이 재미있다"라며 다음 시즌 1군서 자리잡겠다는 각오를 나타낸 그였다. 김경문 감독 또한 김명제의 사고 이후 비어있던 27번을 야수인 김재환에게 직접 선사할 정도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산 투수에게 결코 좋은 번호는 아니었던 27번의 악령을 야수인 김재환이 끊어주길 바라는 감독의 뜻이었다.
"고교 시절까지는 32번을 달았어요. 그런데 팀에 오니 김선우 선배가 계셔서 27번을 택했는데 (김)명제형한테 돌아가서 24번을 택했구요. 이번에는 감독님이 직접 27번을 달라고 지정해주셨습니다. 훈련이요? 다 재미있어요. 물론 군대가 아니라서 자유로운 이유도 없지 않겠지요".(웃음)
그러나 상무서 보낸 2년은 김재환에게 뜻깊은 시기였다. 특히 올 시즌 그는 2번의 사이클링히트 기록을 비롯해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제대회에 나서기까지 했다. 의미가 클 수밖에 없던 한 해다.

"사이클링히트 2번은 다 운이 좋았어요. 첫 번째 기록은 담장을 맞고 수비수가 없는 쪽으로 타구가 향해 3루타가 나왔고 2번째는 더 재미있었습니다. 마지막 타석에서 단타만 나오면 되었는데 3볼에서 그냥 휘두른게 빗맞은 타구였거든요. 그런데 유격수랑 외야수가 서로 타구를 미루다가 안타가 되었지 뭡니까.(웃음) 정말 운이 좋았어요".
게다가 상복까지 따랐던 상병-병장 시절이었음을 떠올리며 김재환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두 번의 사이클링히트에 대륙간컵에서는 베스트9, 홈런상까지 받았다"라며 스스로가 대견했는지 어깨를 으쓱하기도.
올 시즌 양의지가 주전 포수로 나서기는 했지만 두산 1군 포수진은 아직도 경쟁이 치열하다. 맏형 최승환은 무릎 부상 후유증을 딛고 다시 제 자리를 찾겠다는 일념에 가득 차 있으며 용덕한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MVP로 우뚝 섰다. 양의지 또한 2년차 징크스를 넘는 데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김재환까지 포수 경쟁에 가세한 형국.
"(양)의지 형이요? 신인 때 잠깐 보고 상무-경찰청 경기 때 마주친 이후로 다시 만났습니다. (용)덕한이형이랑 같이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마무리훈련 때 옆방이었는데 제가 의지형 깨우러 갈 때도 있고 가끔 제 방에 의지형이 찾아올 때도 있고. 정말 고마운 선배에요".
"일단 1군에 자리잡는 게 다음 시즌 가장 큰 목표다. 수치적 목표는 그 이후에나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연한 이야기를 꺼낸 김재환. 그에게 조심스레 포지션 전향에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김재환의 신인 지명 당시부터 그가 1루나 외야로 전향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선수 본인은 입단 당시부터 계속 포수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다. 때문에 포지션 전향에 관련한 질문은 그에게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주위에서 그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담담해요.(웃음) 포수로 아쉬움이 있어 포지션을 전향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바꾼다고 해도 포수 자리에서 최대한 제 힘을 내뿜고 싶어요. 저는 1군 포수로 검증되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시작인데요".(웃음)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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