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이적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실상은 오히려 선수 시장의 폭을 좁히고 있다. 1999년 말 첫 시행된 이후 11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프리에이전트(FA) 제도에 대한 이야기다.
올 시즌 후 개장된 FA 시장은 극도로 침체되었던 것이 사실. FA를 신청한 4명의 선수는 모두 원 소속팀으로 복귀하거나 아직 소속팀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확실히 회복된 구위로 일본 진출을 노리던 우완 배영수(29)는 배번 34번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메디컬테스트 탈락으로 인해 2년 17억원의 계약으로 원 소속팀 삼성 복귀를 결정했다.

박용택(31. LG)은 4년 최대 34억원으로 이적이 아닌 잔류를 택했고 최영필, 이도형(이상 한화)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자 시장에 나섰으나 구매자가 없어 다시 한화와 계약 협상에 나선다. 타 팀에서 노릴 만한 배영수, 박용택과 달리 한 때 내실있는 활약을 펼쳤던 최영필과 이도형의 12월 무적신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최영필과 이도형의 2010시즌 성적은 좋았다고 볼 수 없다. 최영필은 올 시즌 21경기에 나섰으나 1승 4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7.45에 그쳤으며 지난해 3할1푼8리 12홈런 56타점으로 활약했던 이도형은 올 시즌 초 팔골절상으로 인해 27경기 2할9푼1리 4홈런 13타점으로 시즌을 접고 말았다.
그러나 시사하는 요점은 최영필과 이도형의 올 시즌 성적이 아니다. 차등적인 기준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FA 제도로 인한 희생양이 더욱 늘어날 위험을 보여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이후 11년 간 대형 계약을 이끌어낸 스타 플레이어도 있었으나 그에 반해 미아 신세가 되어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은 뒤 이적 수순을 밟는 경우도 찾을 수 있었다. 1999년 말 FA를 신청했으나 어느 팀의 구애도 받지 못했던 해태 좌완 김정수와 LG 우완 송유석은 원 소속팀과의 헐값 계약 이후 떠밀리듯 각각 SK와 한화로 이적했다.
1999년 두산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좌완 계투로 활약했던 차명주는 한화 시절이던 2006시즌 후 FA를 신청했으나 어느 팀도 그를 선택하지 않아 결국 은퇴했다.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홍원기(현 넥센 코치)는 2005시즌 이후 당시 소속팀 두산의 코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FA 시장에 나섰으나 다른 7개 구단의 오퍼를 받지 못한 채 두산과의 계약 후 곧바로 현대로의 트레이드 절차를 밟았다.
앞서 열거된 이들은 모두 당시 상황서 스타 플레이어로 분류하기는 아쉬움이 있는 선수들. 그러나 저마다 어느 팀이 가진 약점을 상쇄할 만한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었다. 김정수와 송유석, 차명주는 불펜진서의 활약이 가능한 이들이었으며 홍원기는 내야 전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야수였다.
그러나 FA선수의 전년도 연봉 300%와 보호선수 18명 외 보상선수, 혹은 전년도 연봉 450%를 보상해 데려와야 하는 출혈을 감수할 만큼의 매력을 지닌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기에 이들은 FA시장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영필과 이도형의 현재 처지도 열거된 4명의 당시와 다를 바 없다.
이는 FA를 앞둔 선수들에게도 여전한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FA 자격 취득이 머지 않은 한 선수는 "스타 플레이어만 대우 받는 현 제도에는 선수들의 불만이 가득하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스타 플레이어로 놓기는 거리가 있으나 내실 있는 활약으로 보이지 않는 수훈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들이 제 가치를 평가받길 바라는 이야기다.
"스타 선수야 국내만이 아닌 해외에서도 원하는 구매자가 있기 때문에 현 제도가 만족스러울 지 모른다. 그러나 나 같은 입장의 선수들은 생애 단 한 번 뿐인 FA 자격 취득을 놓고 고민이 많다. 다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보상금액과 보호선수 유출까지 감수하면서 데려갈 가능성이 없으니까".
장기적으로 봤을 때 FA선수들을 하나의 잣대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야구 시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대회 호성적으로 인해 스타 플레이어에 대해 미국, 일본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결국 국내 야구 시장의 내실을 탄탄하게 해줄 준척급 선수들의 시장이 위축된다면 국내 야구 시장의 사양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저 빅리그에 스타 선수를 공급하는 또 하나의 시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잠재했다는 뜻.
"우리가 해외에서 뛸 엄두를 내겠는가. 국내에서 내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 제도라면 그저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둬 소속팀에서 더 나은 연봉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선수 연봉을 차등적으로 등급을 나눠 A~C급 FA 선수들을 분류해 C급 선수 이적 시 신인지명권만 양도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비단 한 사람만의 목소리가 아닌 여러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였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최영필-이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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