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복잡하네요".
소프트뱅크 이범호(29)의 거취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이범호는 지난해 2+1년 최대 5억엔을 받는 조건으로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 그러나 일본 진출 첫 해 기대이하 성적을 내며 대부분 시간을 2군에 머물렀고 시즌 종료 후 방출설에 휘말렸다. 보류선수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내년 시즌 전력외로 평가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친정팀' 한화 복귀설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범호 복귀와 관련된 핵심 쟁점은 두 가지. 소프트뱅크-한화의 협상 그리고 이범호의 복귀시 신분이다.
▲ 최초의 한일 트레이드

이범호는 아직 소프트뱅크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 기본 계약기간이 2년이다. 3년째는 팀 옵션이 걸려있어 상관없지만 2년째 계약에 대해서는 소프트뱅크가 책임져야 한다.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역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선수 중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온 선수는 이종범과 정민태가 있다. 그러나 당시 이종범과 정민태는 원소속구단 동의 아래 임대 조건으로 이적한 것으로 지금의 이범호와는 상황이 다르다. 소프트뱅크와 한화는 이범호의 2011년 연봉 부담을 놓고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범호 복귀를 추진하는 한화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탬퍼링(사전접촉)에 걸리지 않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초로 계약이 끝나지 않은 선수를 두고 협상을 벌이기 때문에 일이 복잡하다. 최초의 사례인 만큼 선례를 좋게 남겨야 할 부담이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도 "그 부분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단순히 한화와 소프트뱅크의 문제가 아니다. 모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본에 진출할 선수들이 있을텐데 그이후를 생각해서라도 신중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도 거액을 들인 선수인지라 쉽게 포기하기가 아깝다. 이범호를 원하는 한화의 팀 사정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취할 것은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도 "소프트뱅크가 방출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데 트레이드하려고 하니까 일이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적료 이야기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한화 측에서는 "이적료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 이범호의 복귀시 신분
이범호의 복귀시 신분도 중요한 대목이다. 국내 복귀가 결정되더라도 이범호는 목돈을 쥐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년계약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 관계자는 "이범호는 이미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FA 자격을 썼다. 국내로 복귀할 경우 보상규정만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FA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다년계약도 안 된다. 계약기간 만료 여부와도 관계없다. 야쿠르트와 2년 계약을 끝내고 두산으로 복귀한 이혜천도 1년 단년계약을 맺었다. 일종의 특별법인 것이다.
KBO는 해외로 진출했다 돌아오는 선수들에 한해 FA 특별법을 유지하고 있다. 복귀 후 다시 FA가 되면 해외진출이 봇물처럼 터질 것을 우려해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오히려 보상규정은 그대로 적용해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다. 국내 복귀시 이범호는 정확히 말하면 FA가 아니라 FA 보상규정을 받는 방출선수 신분이 되는 것이다. 어느 구단과도 협상이 가능하지만 다년계약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이범호가 2011년까지 소프트뱅크와의 계약기간을 다 채우고 돌아오더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범호가 만약 지금 한화로 복귀한다면 4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2014시즌이 끝난 뒤에야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이범호가 거액을 받으며 복귀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 구단에서도 "이미 일본에서 계약금을 받았는데 한국에서도 받는 건 웃기는 일"이라고 확고히 했다. 이범호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입장에 처해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만 30살이 되는 이범호는 아직 나이가 젊은 편이다. 한창 뛰어야 할 선수이지만 소프트뱅크-한화의 협상 그리고 복귀시 신분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져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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