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서는 다 바꿔버리고 싶은데…".
대구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오리온스는 지난 18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75-88로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졌다. 6승15패로 전체 9위까지 처진 오리온스는 6위권과도 4.5경기차로 벌어졌다.

특히 최근 9경기에서 1승8패로 완연한 하락세. 1순위 외국인선수 글렌 맥거원(29·201.2cm)이 부상을 당한 7일 전주 KCC전부터 1승5패로 깊은 침체에 빠져있다.
맥거원은 당시 경기에서 1쿼터 6분34초를 남기고 덩크슛을 성공시킨 뒤 착지 과정에서 허리를 삐끗했다. 당초에는 허리 염좌 정도로 몇 경기만 쉬면 출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부상 회복 속도가 더뎠고 맥거원 본인도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맥거원은 전자랜드전에서 경기장에 동행하지 않고 숙소에 남아 수영장 아쿠아러닝으로 허리 회복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당장 복귀를 기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당초 맥거원의 부상 장기화를 생각하지 못한 오리온스로서는 난처한 입장이 아닐 수 없다. 김남기 감독은 "2주만 뛰러 올 외국인선수가 어디 있겠나. 시기적으로도 좋은 선수를 구하기 어렵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는 몸이 재산이니까 몸을 사리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인 만큼 10분 정도만 뛰어줘도 팀에 큰 도움이 될 텐데…"라며 좀처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맥거원은 올 시즌 16경기에서 평균 17.4점 6.0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실질적인 전체 1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됐으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45.9%에 그친 자유투 성공률 때문에 경기 막판 골치를 안겼다.
그러나 확실한 득점원의 존재 유무는 어린 선수들이 많고 분위기를 잘타는 오리온스에 있어 절대적이다. 게다가 또 다른 외국인선수 오티스 조지에게도 점점 더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모양새다.
오티스는 올시즌 21경기에서 평균 10.1점 7.1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맥거원이 부상을 당한 KCC전을 시작으로 6경기에서 풀타임에 가까운 37분26초를 뛰며 평균 15.8점 12.3리바운드로 분전하고 있으나 최근 힘이 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전자랜드전에서는 2점슛 11개 중 3개를 넣 는데 그칠 정도로 집중력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김 감독은 "오티스가 개인기는 없지만 골밑에서 열심히 궂은 일하고 슛도 꼬박꼬박 넣어줬다. 그런데 요즘 계속 혼자 뛰어서 그런지 고비 때 쉬운 걸 놓친다"며 안타까워했다.
외국인선수를 한 명으로 운용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했으나 여전히 영향력이 크다.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울산 모비스도 국내 선수는 괜찮지만 외국인선수가 약해 고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도 오리온스전 승리 후 "상대가 외국인선수가 1명뿐이라 경기를 풀어가기 편했다"고 했다. 전자랜드전 패배 후 김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외국인선수를 모두 다 바꿔버리고 싶은데 바꿀 선수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로서는 맥거원의 조기 복귀를 바랄 수밖에 없다. 맥거원이 돌아오면 이동준에게 집중된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고, 전체적인 팀 공격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김 감독은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한두 경기만 잡으면 충분히 6강 싸움이 가능하다"면서도 "맥거원이 뛰어야 해볼 만한데 언제 복귀할지 기약할 수 없으니 참 답답할 따름"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 맥거원 때문에 정말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오리온스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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