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요? 자리 뺏기지 않겠다".
지난 10월 남해캠프. 훈련이 끝나고 저녁식사후 캠프 그라운드에 작은 불빛이 켜졌다. 김선빈이 김태룡 코치가 쳐주는 빗맞은 플라이, 일명 팝플라이를 받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내야조명만 켜놓고 잘 보이지는 않는 가운데 머리위로 떠오르는 공을 받았다. 5일동안 훈련을 자청했고 넙쭉 넙쭉 받아냈다. 놓치는 실수는 없었다.
김선빈은 팝플라이에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다른 수비는 쓸만한데 머리위로 떠오르는 빗맞은 플라이를 종종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결정적인 실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3루수와 2루수 등 주변 야수들이 대신 뜬공을 잡아주기도 했다.

트라우마는 신인 시절인 2008년 2루수로 첫 출전했을때 SK 박정권의 빗맞은 타구를 놓친게 빌미가 됐다. 그는 "볼이 뜨길래 무조건 잡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하늘을 보는데 갑자기 공이 사라졌다. 아마 7시쯤인데 광주구장에 가장 공이 안보이는 시간이었다. 고교시절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그날 이후로 부담이 됐고 실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선빈은 입단 3년째를 맞은 2010시즌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모두 115경기에 출전해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타율 2할9푼3리, 102안타, 23도루, 40득점을 올렸다. 입단 후 가장 훌륭한 성적표였다. 주전 유격수로 큰 무리없이 제몫을 톡톡히 했다. 작전수행 능력도 으뜸이다. 164cm 단신이지만 공수에 걸쳐 공헌도가 높은 선수로 성장했다.
미야자키 휴가의 마무리 캠프에서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입단 이후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 체력이 달릴 수도 있지만 근성으로 버티고 있다. 김선빈의 내년 목표는 타율 3할과 30도루. 그는 "올해 2할9푼대를 쳤으니 좀 더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차 2014년 아시안게임 대표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나도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난 시즌 김선빈은 백업선수로 출발했지만 기회를 잡았고 놓치지 않았다. 그는 "시즌 초반 주로 대주자로 기용돼 올해도 이런식으로 뛸 것으로 생각했다. 기회가 주어졌을때 미친듯이 야구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백업선수로 벤치에 있을때 상대투수들의 퀵모션이나 구질, 습관 등을 수첩에 메모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보았다.
도루 23개를 기록한 점도 그의 존재감을 빛냈다. 김선빈은 "그린라이트를 받아 자신있게 도루를 시도한 것이 성공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배 이종범의 조언을 받아 상대투수들의 버릇, 퀵모션을 자세히 보는 습관을 들였는데 처음에는 힘들었으나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타격도 눈을 떴다. 입단 초기 김선빈은 주로 밀어치는 타법을 구사했다. 힘이 부족해 밀어치기가 수월했기 때문. 그는 "몸쪽볼이 오면 그대로 있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당겨 친다. 감독님이 힘껏 당겨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한다. 올해는 생애 첫 홈런도 기록했다. 이건열 타격코치는 "일단 어떤 볼이든 방망이에 맞히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슬럼프가 길지 않고 꾸준히 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KIA의 유격수 트레이드 추진설이 나돌고 있다. 성사여부과 관계없이 구체적으로 넥센의 강정호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선빈은 "트레이드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을리는 없다. 그러나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누가 오더라도 내가 다시 그 자리를 뺏겠다는 독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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