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서 감독으로 거듭나고 있는 류현경이 “구혜선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냐는 말을 듣는데 그 말은 너무 상처가 됩니다.”라고 밝혔다.
류현경은 최근 영화 ‘쩨쩨한 로맨스’의 홍보 인터뷰에서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단편 영화 ‘날강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 작품은 올해 제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며 총 30개국 52작품이 경쟁을 벌이는 국제경쟁부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졸업 작품이었는데 제가 어떤 큰 욕심이 있어서 영화제에 내보낸 것이 아니라 스태프들을 위한 부분에서도 영화제에 내보내고 싶었어요.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이 돼야 스태프들의 이름 하나하나도 올라갈 수 있고 그들의 노고도 더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영화제에 내보낸 것인데 제가 뭔가 큰 대단한 것을 바라고 한 것인가 하는 시선들도 있더라고요.”

“사실 영화를 너무 힘들게 찍었고 잠도 못자면서 스태프들이랑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일각에서는 이름만 앞세워서 영화를 쉽게 만드는 것 마냥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의욕을 가지고 했던 작업이 작품을 보고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작품을 보기도 전에 우습게 보는 분들도 있어서 사실 기운이 많이 빠진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좋은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막 써보려고도 해도 그런 선입견을 가진 시선 때문에 의욕이 잘 생기지가 않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다음 작품 연출에 대해서 질문을 하시는데 사실 지금으로서는 안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류현경이 연출한 ‘날강도’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그녀의 졸업 작품이다. 대학생들의 풋풋한 연애담과 청춘을 담은 멜로 영화이다. 연출 전공인 류현경은 감독과 주연배우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미장센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경쟁 부분에 출품되면서 의미를 더했다.
“아직까지는 사랑 이야기, 제 자신의 이야기, 자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나중에는 그걸 확장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나중에 제가 다시 연출을 할 기회가 닿는다면 사회적인 이야기를 이게 ‘사회적인 이야기다’라고 딱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가족 안에서 사회가 들어가 있고 사회 안에 가족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그런 부분들을 담고 싶어요.”
류현경은 일각에서 자신의 행보를 두고 구혜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졸업 작품으로 하나 만들었던 것이고 작품의 성격도 다른데 하나로 싸잡아서 ‘배우 겸 감독’ 하나로 뭉뚱그려져서 평가받는 것에 대해 서운한 속내를 전했다.
“‘구혜선 따라가기’ ‘제2의 구혜선’이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정말 그런 말을 들을 때는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사실 졸업을 하기 위한 작품이었고 작품적으로도 색깔의 차이가 있어요. 저는 드라마에 대사 위주로 많이 담는 편이라면 구혜선은 영상적인 부분이 강한데 그런 구분도 없이 하나로 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싸잡아서 이야기할 때는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가 매번 가타부타 해명할 위치도 아니라서 혼자만 속상해하고 있어요.”

이어 류현경은 “작품 자체로 인정해주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작품으로만 평가를 받고 싶어요. 아시아나영화제나 미장센영화제에서는 그런 선입견 없이 작품을 봐주시니까 감사했어요. 다만 류현경을 연예인이라고 뽑은 것이 아닌데 그런 시선들로 인해 영화제에 피해가 갈까봐 그분들한테 죄송한 부분도 있었어요.”
올해 류현경은 영화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등의 작품에서 매번 다른 캐릭터로 100% 이상의 몰입도를 보이며 연기력에 있어서도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주업이었던 배우와 도전을 시작한 감독, 어느 쪽이 더 류현경의 마음을 흔들까.
“지금 저한테는 배우가 더 맞는 것 같아요. 감독은 무당, 귀신이 되는 정도의 일인 것 같아요. 혼을 넘나드는 것 같아요. 몇 차원을 넘나드는 것 같아요. 고난이도의 종합예술이니까. 연출은 고민한 만큼 나오는 것 같아요. 연기는 고민한 만큼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어요. 고민을 안 해도 연기를 할 때 확 나올 때가 있죠.”
“감독은 아무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판이 마련이 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배우는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현하는 사람라고 생각해요. 감독으로서 힘든 점도 많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해내는 게 재미있고 뿌듯한 일인 것 같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스태프들한테 제가 의지가 되는 기둥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crystal@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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