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선수 때는 우승 후 눈물 흘리지 않았는데..."
OSEN 전성민 기자
발행 2010.12.19 17: 58

"선수 때는 우승하고 나서 눈물 흘린 적이 없었다. 좋은 멤버로 우승했으면 덜했겠지만 감독으로서 힘들었던 상황을 이겨냈다는 것에서 보람과 쾌감을 느꼈다. 우승이라는 단어가 와 닿는 느낌은 선수였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올 시즌 개막 전 그 누구도 성남 일화가 아시아챔피언리그(AFC)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성남은 팀의 핵심 선수인 김정우와 이호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군입대와 이적으로 장학영과 파브리시오까지 팀을 떠나게 되면서 성남의 전력은 약해졌다.
어려운 외부 조건을 이겨낸 후 이룬 성남의 아시아 정상 등극은 더욱 값졌고 더욱 감동적이었다. 성남을 아시아 최정상의 클럽으로 올려놓은 신태용(40) 감독으로부터 2010년 한 해를 보낸 소감을 들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서 가진 2010 결산 인터뷰서 "올 시즌 가장 만족스러운 성과는 ACL 우승이다. 주위에서는 예선 통과만 해도 잘한 거라는 예상이었는데 내 스스로가 봤을 때도 우리 팀 멤버들이 기적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얇은 선수층으로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알 샤밥과 준결승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병행했던 10월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신 감독은 "교체해 줄 수 있는 가용 인원이 많지 않다 보니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답했다.
성남은 이런 고비를 이겨 냈기 때문에 아시아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동계훈련을 통해 팀 전력을 끌어 올렸고 전광진과 김철호는 미드필드서 진영의 전력 누수를 최소화시켰다. 홍철 등 젊은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신 감독은 ACL서 우승 후 감격의 눈물을 펑펑 흘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 시절 많은 대회서 우승했지만 이렇게 펑펑 운 적은 없었다. 선수와 달리 감독은 팀 전체를 꾸려 나가야 하고 스스로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어려서 더욱 힘들었던 점이 많았는데 우승을 해내 감격스러웠다"며 눈물을 흘릴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2년 차 신태용 감독은 "부임 첫 해 맞은 전반기서는 선수 기용 등 실수를 많이 했지만 그걸 거울 삼아 올해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앞으로 축구에 대해 더욱 꾸준히 배우고 연구하겠다"고 전했다.
신태용 감독은 "감독은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는 자리다. 원래 스트레스를 덜 받는 체질인데 고질적으로 소화 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중요한 경기 전에는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한다"며 직업병에 대해 이야기하며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부임 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신태용 감독은 젊다.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신태용 감독이 다음 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크다.
 
ball@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