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이탈 5명' KT, 사상 최대의 '부상 병동'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2.20 07: 55

굿이라도 해야 하나.
61일째 1위를 달리고 있는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그 어느 팀도 만만하지 않다. 특히 KT는 부상 선수들이 많은데도 잘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님이 잘 이끌어가신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이 이끄는 부산 KT는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잇몸마저 송두리째 빠졌다. 밥을 입에 넣어도 씹을 치아가 없어 목구멍으로 넘길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KT가 초비상 사태에 빠졌다. 올 시즌 괄목할 만한 기량 발전을 보였던 박상오가 지난 19일 울산 모비스전에서 왼쪽 엄지발가락 부상을 당한 것이다. 3쿼터 초반 교체를 요청하며 벤치로 들어간 박상오는 더 이상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에 앞서 KT는 주전 포인트가드 표명일도 17일 서울 삼성전에서 부상당한 갈비뼈를 또 다시 다쳤다. 늑골 골절로 최소 2주 가량 출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주전 2명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3명의 기존 부상선수까지 무려 5명이다.
KT의 부상 악몽은 시즌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지난 시즌 중반 요추골절이라는 중상을 당했던 김도수가 이번에는 오른쪽 발등 부상으로 빠졌다. 이어 지난 10월 31일 모비스전에서 골밑을 든든히 지킨 송영진이 왼쪽 엄지 부상으로 떨어져 나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백업 포인트가드 최민규마저 11월 3일 서울 SK전에서 왼쪽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그런 와중에도 KT는 꾸준히 성적을 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전 감독은 "어느 정도 성적이 나는 바람에 더 속상하다. 해볼 만하면 자꾸 부상으로 빠지니 참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설상가상으로 김도수는 9일 대구 오리온스전에서 복귀전을 가졌으나 다음 경기를 앞두고 자체 연습경기에서 부상당한 발등을 또 한 번 다치며 시즌을 아예 접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중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표명일과 박상오까지 다쳐버렸다. 부상선수들로만 한 팀이 꾸려질 정도로 KT는 심각한 부상 병동이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차포마상에 졸까지 없어졌다. 송영진과 최민규는 1월 이후 출장이 가능하고, 박상오는 20일 정밀 검진을 받아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
전창진 감독의 시름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19일 모비스전을 앞두고 표명일의 부상 소식을 전한 전 감독은 "정말 머리가 아프다. 선수가 없으니까 몇몇 선수들에게 체력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계속 이렇게 가면 시즌 후반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을 괜히 혹사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특히 매경기 풀타임 가까이 뛰는 박상오에게 더 미안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러나 경기 후 박상오마저 쓰러지자 전 감독은 할 말을 잃었다. 평균 16.3점 5.6리바운드를 기록한 박상오는 올 시즌 KT의 실질적인 기둥이었다.
전 감독은 "본인이 못 뛰겠다고 할 정도라면 큰 부상인 듯하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머지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다 보니 체력적인 문제도 커지고 있다. 전 감독은 특히 제스퍼 존슨을 언급하며 "체력 저하가 심해 보인다. 뛰어다니지 못한다.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미 2군 선수가 3명이나 있었던 KT는 또 다시 2군 선수들을 충원해야 할 형편이다. 전 감독은 "시즌 초부터 위기는 계속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답이 없다. 다음 경기까지 어떻게든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선수들을 구성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상선수 공백 속에서도 5연승을 내달리며 한때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던 KT. 그러나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이 또 한 번 덮치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어려울 때마다 더 강해지는 KT가 과연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전창진 감독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