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에게 있어 FA는 훈장이다. 9시즌 이상 1군에서 일정기간 등록됐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근속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FA를 앞둔 시즌은 그래서 선수에게 더 중요하다. 한화 '안방마님' 신경현(35)도 내년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신경현은 "나보다 팀이 잘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 FA이지만 개인 욕심은 결코 부리지 않을 각오다.
신경현은 "내년이 끝나면 FA가 된다. 개인적으로도 올해보다 더 잘해야 하지만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찬 주장 완장이 신경현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한대화 감독의 요청으로 3년 연속 주장을 맡게 될 신경현은 "최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거리고 리더십을 발휘해서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듬직한 체구만큼이나 듬직한 각오를 밝혔다.
올해 신경현은 주장 완장을 차고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119경기에서 타율 2할4푼9리 10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릴 정도로 장타력이 좋아졌다. 하지만 신경현은 "타격도 중요하지만 포지션이 포수인 만큼 수비와 투수리드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적으로는 타격이 좋아야 연봉이 오르고 인정도 받을 수 있다. 홈런도 많이 치고 타점도 많이 올리면 좋겠지만 최고참인 만큼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경현은 이희근과 박노민 등 후배 포수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경쟁자이지만 선배로서 후배 포수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예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젊은 선수들도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신경현의 말이다. 투수들에 대한 생각도 같다. 그는 "우리 팀 투수력이 다른 팀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 투수들이 많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 어린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3년째 주장으로 활약하게 된 신경현은 막중한 책임감만큼 보람도 느낀다. 신경현은 "승패를 떠나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도 크다. 그는 "우리팀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이 잘 하려는 마음은 있는데 뜻대로 안되면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들이 마음가짐을 강하게 먹고, 지더라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8년 한화에 입단한 신경현은 내년이면 14년차로 최고참이 된다. 그만큼 한화라는 팀에 대한 애정도 크다. 그는 "14년째인데 나름 프랜차이즈 선수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조)인성이처럼 3할, 20홈런, 100타점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팀이 잘되어야 한다"며 "프로는 일단 다치면 안 된다. 부상 없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경현은 "내년은 올해보다 전진할 수 있는 팀이 되어야 한다. 4위권까지 오를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비 FA라는 중요한 시기에도 군말없이 주장 완장을 찬 신경현. 개인 욕심을 뒤로 하고 팀을 위해 몸을 내던진 주장의 힘찬 각오에서 독수리 비상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