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도전해볼 만하다 생각했죠", 첫 여성 학군장교 후보생 민지현 양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12.20 17: 29

-피플-
ROTC‧여군사관학교 출신 부모님이 조언
필기‧인성‧면접‧체력 시험 6:1 경쟁 승리

남성 위주 군 조직에 섬세함 보태고 싶다
[이브닝신문/OSEN=장인섭 기자] 잔뜩 찌푸린 하늘이 금방이라도 굵은 빗방울을 후두둑 쏟아낼 것만 같았던 지난 10일 오후, 서둘러 숙명여자대학교를 찾았다. 이날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여성 학군장교 1호를 배출할 제217 숙명여대 학생군사교육단 창설식이 열렸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국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6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첫 여성 학군장교(이하 ROTC) 후보생으로 전국 7개 대학에서 선발된 60명의 재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앞으로 3~4학년 2년간 소정의 군사교육을 이수한 후 2013년 첫 여성 ROTC 장교로 임관, 2년4개월간 복무하게 된다.
육군 최초의 여성 ROTC 1기 후보생으로 선발된 민지현(21·숙명여대 수학과 2학년) 양을 만나 ‘군인의 길’을 선택하게 된 동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여성 첫 ROTC 후보생이 된 소감은?
▲국방부가 선정한 최초의 여성 ROTC 시범대학에서 ROTC 후보생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창설식을 마치고나니 큰 행사 하나를 치른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다. 반면에 이제 여성 최초의 ROTC후보생이란 타이틀이 주어졌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에게 모범이 돼야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
 
-ROTC 지원동기는 무엇인가?
▲ROTC 출신의 아버지와 여군사관학교 출신 어머니를 두었으니 군인가족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처음부터 군인이 되겠다고 작심한 것은 아니다. 다니는 학교에 학군단이 창설된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다. 부모님은 군이라는 조직이 예전처럼 강인함만을 요구하는 곳이 아니라 여성의 섬세함도 필요로 한다고 설득하셨고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주변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솔직히 후보생 선발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을 제외한 주변 분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부치고 혼자서 준비했다. 결과발표가 나고 나서 모두들 놀라면서 잘한 결정이었다고 격려해 주셨다.
 
-준비는 어떻게?
▲ROTC 전형은 필기시험과 인성검사 등이 포함된 1차와 면접, 체력검정 등이 포함된 2차로 나뉘어 진행됐다. 1차 시험 발표후 곧바로 2차 체력검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필기와 체력검정, 면접준비를 동시에 준비했다. 체력이 강한 편은 아니어서 평소 기숙사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운동했다. 또 최근의 이슈를 주제삼아 부모님과 토론을 하면서 집단토론 준비를 했다. 군 경험이 있으신 부모님의 도움이 컸다.
 
-준비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남들보다 튼튼하다고 할 수 없는 체력 때문에 운동하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체중도 기준에 미달돼 오히려 살을 찌워야 했다. 체력검정을 턱걸이 했는데 다른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본인의 성격이 군인으로서 잘 맞을 것 같은가?
▲어렸을 때는 낯을 많이 가리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재수로 대학에 들어와 동생들과 공부하면서 언니 노릇 하느라 성격도 적극적이고 밝게 변한 것 같다. 남성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군인이라고 꼭 남성다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남북간 긴장고조에 대한 생각은?
▲같은 민족끼리 아직까지도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평소에는 우리나라가 휴전상태라는 것을 잠시 잊고 살 때가 많다. 휴전국가의 국민으로서 그동안 국방의 의무에 대한 혜택만 받아왔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여자의 몸이지만 국방의 의무를 실천하고 국토방위에 조그만 보탬이 되고자 한다.
 
-이제 곧 본격적인 군사훈련이 시작된다. 각오는?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사람이 감당키 어려운 일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힘든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좀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ROTC 선발과 관련된 네티즌 반응에 대한 의견은?
▲‘군 가산점 문제’ ‘남녀평등 역차별’ 등 여성 ROTC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서로의 입장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고 여성 ROTC 출신들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공인들의 병역기피 문제에 대한 생각은?
▲최근 연예인 및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그들 자녀의 군면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병역의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인들의 병역기피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대중앞에 당당히 서는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임관 후 군인으로서의 계획은? 
▲정보작전계열이나 정훈관련 분야에서 근무하고 싶다. 남성위주의 군 조직내에서 여성의 힘으로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탄탄하면서도 유연한 정예강군 육성에 힘을 보태고 싶다. 앞으로 1기 여성 ROTC 출신들의 활약을 눈여겨 봐 주시길 바란다.
 
-제대 후 계획은?
▲수학을 전공하면서 경제학을 복수전공으로 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임관 후 직업군인으로 남지않는다면 아마도 은행이나 증권 관련 금융업계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싶다. 
 
ischang@ieve.kr /osenlife@osen.co.kr
<사진>지금은 모든 면에서 어설픈 후보생에 불과하지만 훈련과정을 마치고 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당당한 군인이 돼 있을 것이라고 당차게 말하는 민지현 후보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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