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발 트레이드, 경제원칙상 과정과 결과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2.21 07: 05

'스토브리그의 꽃' 트레이드가 일어났다. 이번에도 그 중심에 넥센이 있다.
 
최근 프로야구는 트레이드가 잠잠했다. 그러나 넥센만큼은 활발하다. 가장 최근 일어난 트레이드 10건 중 6건이 바로 넥센발 트레이드다. 또한 6건 트레이드 가운데 4건 현금 포함된 트레이드였다. 나머지 2건은 모두 롯데와 트레이드했다. 역대 넥센발 트레이드 과정과 결과를 경제원칙상으로 살펴보면 어떠할까.

▲ 이택근↔강병우·박영복+25억원(LG)
이택근은 현대-히어로즈에서 7년간 통산 타율 3할1푼 55홈런 285타점 7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규정타석 3할 타율을 마크했다. 특히 2009년에는 142안타 15홈런 66타점 84득점 43도루로 모두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가장 시장가치가 높을 때 팔아넘긴 것이다. LG는 무명 포수 박영복과 외야수 강병우에 현금 25억원을 얹었다. 25억원은 역대 현금 트레이드로는 최고액. 이택근은 이적 첫 해 허리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91경기에서 타율 3할3리 14홈런 50타점 14도루로 기어이 평균치를 해냈다. 넥센이 받은 강병우는 1군 11경기에서 2타수 1안타가 고작이었고 박영복은 아예 1군 기록이 없다. 넥센으로서는 유한준을 재발견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 장원삼↔박성훈·김상수+20억원(삼성)
넥센발 트레이드의 시작은 삼성과 장원삼이었다. 2008년 강력한 반발에 가로막혀 한 차례 저지당했던 장원삼은 결국 사자굴로 들어갈 운명이었다. 현대-히어로즈에서 4년간 통산 37승36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한 장원삼이었지만 2009년에는 4승8패 평균자책점 5.54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삼성 이적 첫 해 보란듯이 부활했다. 29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13승(5패)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3.46으로 활약했다. 역대 넥센발 트레이드의 주인공들이 첫 해 고생했지만 장원삼의 경우에는 이미 반복경험이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충격 여파가 적었다. 넥센이 받은 박성훈과 김상수는 고작 1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도합 평균자책점도 5.58. 넥센에게는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 이현승↔금민철+10억원(두산)
공식적으로 현금이 포함된 넥센발 트레이드 중 가장 균형있는 맞교환으로 평가됐다. 2009년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이현승은 13승10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고질적인 좌완 부재에 시달렸던 두산은 좌완 기대주 금민철과 현금 10억원을 얹어 이현승에게 두산 모자를 씌웠다. 그러나 이현승은 어깨 부상 여파로 기대만큼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46경기에서 3승6패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4.75. 시즌 중반부터 불펜으로 전환한 후 부활 가능성을 보인게 그나마 희망적이다. 그를 대신해 넥센으로 옮겨간 금민철은 시즌 초 에이스로 불릴 정도로 맹렬한 기세를 보였지만 결국 체력적으로 힘이 부쳤다. 24경기 6승11패 평균자책점 4.40. 그래도 넥센으로서는 현금과 함께 남는 장사가 됐다.
 
▲ 마일영↔마정길+3억원(한화)
장원삼·이현승과 함께 넥센을 대표하는 좌완 3인방 중 하나였던 마일영도 트레이드의 운명을 비켜가지 못했다. 2008년 선발로 11승11패 평균자책점 3.49로 활약했던 마일영은 그러나 2009년 5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6.93으로 부진했다. 넥센은 2010년 시범경기 중 전격적으로 한화에 마일영을 넘기는 조건으로 사이드암 마정길과 현금 3억원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넥센에게 올 연말까지 현금 트레이드를 금지시켰다. 한화로 옮긴 마일영은 47경기에서 1승3패2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7.01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정길은 58경기에서 3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3.04로 분전했다. 마일영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현금까지 받아 넘긴 넥센은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를 한 모양새다.
▲ 황재균↔김민성·김수화(롯데)
시즌 중에도 넥센발 트레이드는 멈추지 않았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넥센은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찍었던 황재균을 롯데에 넘겼다. 대신 내야수 김민성과 우완 김수화를 받았다. 현금 포함 여부에 대한 의문으로 진상조사에 나서는 바람에 트레이드 승인까지는 이틀이 걸렸다. 트레이드 전까지 황재균의 성적은 52경기 타율 2할2푼5리 2홈런 21타점 12도루. 트레이드 당시에는 2군이 있는 강진에 머물러 있었다. 트레이드 후 42경기에서 타율 2할2푼6리 4홈런 19타점 6도루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트레이드 전 타율 2할5푼6리였던 김민성도 넥센으로 간 후 타율이 1할4푼9리로 떨어졌다. 김수화는 1군 등판이 없다. 다만 나이가 젊은 황재균은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대형 내야수로 잠재력이 크다. 김민성도 황재균보다 한 살 어리지만 잠재력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고원준↔이정훈·박정준(롯데)
롯데와 또 한 번 이뤄진 넥센발 트레이드. 이번에도 유망주였다. 2년차 우완 고원준은 올해 30경기에서 5승7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했다. 팀에서 가장 많은 10차례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넥센 토종투수 중 가장 많은 131이닝을 던졌다. 실질적인 데뷔 첫해 5월부터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단순한 보여지는 기록뿐만 아니라 신예답지 않은 마인드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넥센은 고원준 대신 무릎 수술을 받은 베테랑 우완 이정훈과 함께 올해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낸 외야수 박정준을 받았다. 물론 양 구단은 '현금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넥센은 마무리 손승락의 선발 전환으로 공석이 된 마무리 자리에 이정훈을 기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그 대가가 고원준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고원준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부진했던 건 사실이다.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팔아넘기는 것은 경제원칙상 맞는 일이다. 그러나 야구라는 스포츠가 경제원칙으로 딱 잘라 해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 1990년생 고원준은 내년이면 만으로 스물한살에 불과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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