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오리온스 김남기 감독은 요즘 시름이 깊다. 최근 9경기에서 1승8패로 급격한 하향세를 타면서 9위까지 떨어졌다. 1순위로 데려온 외국인선수 글렌 맥거원이 덩크슛 후 착지 과정에서 허리 부상을 당한 뒤 복귀가 기약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 감독이 웃음지을 때가 있다. 바로 신인 포인트가드 박유민(22·180cm) 이야기가 나올 때가 그렇다.

중앙대 3학년을 수료한 뒤 신인 드래프트에 뛰어들어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받은 박유민은 이면 계약 파문으로 팀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김승현을 대체할 후보 1순위로 꼽혔다.
김남기 감독도 일찌감치 김승현없는 체제에서 박유민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시즌 초만 하더라도 자신감이 결여된 플레이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도 "잠재력이 있는 선수인데 자신감이 없다. 파이팅을 가지고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랬던 박유민이 최근 들어 부쩍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평균 11.0점 6.3어시스트 3.0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3점슛도 14개 중 6개를 적중시켰다. 특히 이 기간 동안 턴오버가 3개밖에 되지 않는다.
2라운드 중반까지만 해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다가도 어이없는 턴오버로 무너지던 것에서 조금씩 벗어난 모습이다. 포인트가드로서 안정감이 파릇파릇 자라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두려움 없는 적극성. 속공 상황에서 원맨으로 치고 들어가 레이업으로 마무리하거나 한 번에 속공으로 긴 패스를 주저없이 찔러주고 있다. 매치업 상황에 따라 1대1 포스트업도 한다.
외곽슛에 약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찬스가 날 때마다 과감하게 던진다. 외곽슛이 없는 포인트가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최근 3경기 3점슛 성공률도 42.9%로 부쩍 좋아졌다.
무엇보다 포인트가드로서 패스웍이 좋아진 것이 큰 힘이다. 김남기 감독은 "어시스트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 패스가 좋고 경기 운영도 좋아졌다"며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외곽슛도 자신있게 던지고 있다. 갈수록 점점 좋아진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만 아직 플레이의 세기를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18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는 파울 관리가 되지 않아 출장시간이 줄어들었다.
김 감독은 내년 1월 31일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 대해 "센터와 포워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오세근과 최진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 그러면서 김 감독은 "가드 포지션은 우리도 있기 때문에 굳이 보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박유민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만큼 박유민은 우울한 오리온스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waw@osen.co.kr
<사진> KBL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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