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요계는 일레트로닉이 다소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 등을 선두로 강렬한 전자음이 아이돌 그룹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는 듯 했으나, 올해는 의외의 곡들이 대거 히트곡으로 떠오르면서 아이돌 음악 장르에 나름의 다양성을 가져오기도 했다.
거듭되는 1위 소식에 가요계가 깜짝 놀랐던, 사실은 해당 제작자 조차도 반신반의했던 올해의 ‘모험’ 세 곡을 꼽았다.

# 미쓰에이 ‘배드 걸 굿 걸’
지난 여름 한달 여동안 음원차트 1위를 지킨 미쓰에이의 ‘배드 걸 굿 걸’은 기존 아이돌 그룹의 음악과 확연히 달랐다.
중독성 있는 훅도, 자극적인 전자음도, 계속 반복해 보여주는 포인트 안무도 없었기 때문. 멜로디에서는 흔히 말하는 ‘뽕끼’도 느껴졌다.
제작사인 JYP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도 확신을 갖기 어려웠던 상태. JYP의 한 관계자는 “당시 히트곡의 요소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배드 걸 굿 걸’에는 전혀 없었다. 멜로디에도 중독성 보다는 ‘뽕끼’가 있었다. 이런 곡은 상당히 오랜만에 발표되는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이 곡 덕분에 미쓰에이는 올 한해 최고의 신인이자, 최고의 히트곡을 낸 그룹이 됐다.
# 옴므 ‘밥만 잘 먹더라’
미쓰에이라는 ‘신상’에 깜짝 놀란 가요계는 2AM의 창민과 에이트의 이현이 뭉쳐 만든 옴므라는 ‘복병’에 또 한번 놀라야 했다.
시원시원하게 부르는 록 창법에 ‘밥만 잘 먹더라’라는 독특한 가사를 부르는 이 곡은 분명 최근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진 노래였다.
특히 건장한 두 명의 남자가 동작을 맞춰 마주보고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광경은 상당히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제대로 통했다. 어리고 깜찍한 아이돌 그룹이 우후죽순 나온 가운데, 두 남자가 신나는 노래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과시하며 호흡을 맞추자 오히려 이들의 무대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해당 음원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다른 느낌의 두 가수가 한 무대에 서니, 기존 그룹 멤버들과 무대에 섰을 때보다 대중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 것 같았다”고 인기요인을 분석했다.
# 가인 ‘돌이킬 수 없는’
브아걸에서 솔로로 데뷔한 가인은 탱고 장르를 꺼내들었다. 윤상이 트랙을 만든 ‘돌이킬 수 없는’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렵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노래.
최근 가요계에서 무조건 대중의 귀를 중독시키고,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히트한다는 공식이 성립돼온 만큼 소속사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몇몇 스태프들이 막연히 탱고 음악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긴 했지만 티저 영상을 낸 후에도 흥행 여부를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을 정도. 음원을 내자마자 음원차트 ‘올킬’을 기록하는 등 발빠른 반응이 오자 소속사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
내가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탱고를 하기 위해, 제3세계 음악을 정말 깊이 이해하고 있는 윤상의 곡을 직접 받는 등 해당 장르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면서 “예상과 달리, 대중은 쉬운 것보다, 좋은 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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