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8개 구단 스카우트들에게 "용병 농사는 잘 준비하고 있냐"고 물으면 하나 같이 "쓸만한 외국인 선수가 없다"고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2009시즌 한국에서 뛰었던 릭 구톰슨(전 KIA), 로베르토 페타지니(전 LG), 제레미 존슨(전 LG), 브래드 토마스(전 한화)는 한국프로야구에 진출하고 싶어도 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구톰슨은 2009 시즌 13승4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하며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하는데 일조했다. 페타지니 역시 115경기에 출장 129안타 3할3푼2리의 타율에 100타점 104사사구를 얻어내며 '페타신'이란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실력과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 충분히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이들이기에 왜 한국에 다시 오지 못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외국인선수 임의탈퇴 규약 때문이다.
KBO 야구 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제7조 '계약교섭권 보유기간'을 살펴보면 '구단의 외국인 선수 계약교섭권 보유 기간은 계약 년도 12월 31일까지 이다'고 나와있다. 10조 '재계약'은 '구단은 당해년도 등록선수와 재계약하고자 할 경우 계약년도 11월 25일까지(포스트시즌 경기 중 일 때는 한국시리즈 종료 익일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대리인에게 통지하고 그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위원회에 통보하여야 하며, 계약년도 12월 31일까지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11조 '제재규정'은 '이 규정을 위반하여 체결한 계약은 무효이며, 해당 선수의 등록은 5년 동안(당해년도 포함) 말소된다. 또한 위반한 구단은 당해년도에 추가로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지난 2008년 8월 24일 개정했다.
위 규약을 쉽게 설명하면 구단들은 재계약 의사가 있는 선수에게 당해 연봉의 최소 75%이상을 KBO에 11월 25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구단의 재계약 의사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거부한 선수들, 일본 및 미국으로 진출한 선수들,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한 선수들, 한국프로야구에서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부상 등으로 방출된 선수들까지도 임의탈퇴로 5년 동안 묶이게 된다는 뜻이다.
임의 탈퇴로 묶는 것에 대해 두산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은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 들어와 빼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가 다음 년도에 거액을 제시한 팀으로 이적을 막기 위함이다. 하나의 안전 장치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며칠 전 재계약을 포기하고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계약한 켈빈 히메네스(30)가 그 예다"고 말했다.

히메네스는 지난 겨울 두산과 계약하며 한국야구에 진출 27경기에 등판 14승5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 받았다. 때문에 두산은 히메네스와 재계약을 시도했지만 그는 두산의 제안을 거절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국 내 이적은 아니지만 일본으로 건너간 히메네스가 임의 탈퇴가 아닌 자유 선수로 풀릴 경우 시즌 중반 또는 내년 시즌에 두산이 아닌 다른 팀에 복귀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두산은 히메네스를 뽑기 위해 투자한 스카우트 비용과 시간의 대가를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에 임의 탈퇴로 묶을 예정이다.
넥센 히어로즈 노춘섭 스카우트 팀장은 "구단들의 권리 행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5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다"며 "1,2년 정도로만 낮춰도 충분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두산 김현홍 팀장도 "5년은 조금 길다"며 "일단 3년 정도로 낮추고 추가적으로 1년 정도 더 옵션을 준다던 지 해서 개정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KBO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임의 탈퇴로 묶여있는 확정된 외국인 선수는 총 15명, 추가로 가능성 있는 선수까지 포함하면 17명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묶여있는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세스 그레이싱어(전 KIA), 버디 카라이어(전 LG)가 있다. 2008년에는 마이크 로마노(전 SK), 다니엘 리오스(전 두산), 세드릭 바워스(전 한화), 제이슨 홀 스코비(전 KIA)가 있고 2009년에는 데이비드 코르테스(전 롯데), 케인 데이비스(전 KIA), 다카쓰 신고(전 넥센)이 있다. 여기에 위에서 밝힌 2009시즌 한국에서 뛰었던 구톰슨, 페타지니, 존슨, 토마스도 포함되며, 올 시즌을 끝으로 20일까지 KBO에는 호세 카페얀(전 한화)이 추가적으로 등록되어 있다.
추가적으로 KIA에서 뛴 로만 콜론도 임의 탈퇴로 묶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KIA가 콜론보다 뛰어난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IA가 새용병을 영입하면 콜론은 임의탈퇴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시즌 중반 KIA 유니폼을 입은 콜론은 8승7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 자유계약으로 풀기에는 아까운 투수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 구원투수로 활약해 한국에 진출 후 선발로 전환하며 이닝 이터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5이닝 이상은 꾸준하고 소화하며 선발투수로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한국야구와 문화에 잘 적응해 계속해서 뛸 경우 더 좋은 성적이 예상되는 이들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아직 외국인 선수를 필요로 하는 구단의 경우 콜론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콜론이 임의탈퇴가 되면 관심있는 타구단이 영입하기 위해서는 KIA에 양해를 얻거나 KIA와 트레이드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5년이란 시간을 KIA가 갖고 있기에 타구단이 이 기간 중에 콜론을 데려가려면 KIA와 협상을 해야하는 것이다.
지난 해 특급 타자 페타지니와 협상 결렬로 임의탈퇴로 묶은 LG 구단의 한 관계자는 "페타지니가 100만달러 이상을 요구해 그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며 페타지니를 임의탈퇴로 묶은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페타지니를 자유계약으로 풀 경우 국내 타구단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는 차원이라는 풀이도 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그레이싱어, 리오스, 히메네스와 같이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일본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기량을 검증 받은 콜론, 구톰슨, 페타지니 등과 같은 이들이 5년 후 자유롭게 한국무대에 노크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많다다. 현재 임의탈퇴 규정은 한마디로 '오지 말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구단이 선수를 묶는 이유는 뻔하다.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쓰기에는 조금 아쉽고, 남 주기에는 아깝다는 말이 가장 적당한 비유다. 이 말은 이미 실력 검증을 통해 최소한 중상이상의 실력이기 때문에 묶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유 계약으로 풀면 된다.
현재 내년시즌 임의 탈퇴로 묶일 것이 유력한 외국인 선수는 히메네스, 카페얀, 콜론 정도다. 모 구단 관계자는 "일단 재계약 통보를 하지 않은 선수들의 경우 필요성이 낮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겠냐"며 "임의 탈퇴로 묶는 선수 숫자가 적어졌다는 것은 그 만큼 한국 야구 수준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이 원 소속 구단이 아닌 타 팀으로 입단하려면 2016년이 되어야 가능하다. 히메네스는 30살이기에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콜론은 40세를 바로보게 된다.
물론 임의 탈퇴로 묶여 있는 이들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 당장 잘 한다는 보장은 없다. 단지 과거에 보여준 성적이 있어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그렇지만 5년이라는 기간으로 원천적으로 기회를 막는 것은 회의를 통해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일본으로 다 가고, 조금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다 묶어 놓고, 외국인 선수 찾기기 힘들다고 말한다"며 "솔직히 이해하기 힘든 규약이다"고 비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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