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꼴찌 탈출만 바라보고 야구를 하겠는가. 우리도 4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장 선수들이 대거 은퇴한 한화. 강하고 젊은 팀을 만들겠다는 구단의 계획아래 베테랑들도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베테랑 외야수 강동우(36)는 어느덧 한화의 최고참이 됐다.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한화에 없다. 주장 신경현이 동기지만 나이는 강동우보다 한 살 어리다. 그는 강변한다. "주위에서 '내년에는 꼴찌에서 벗어나야지'라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꼴찌 탈출하려고 야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한다. 누가 꼴찌 탈출을 위해서만 야구를 하는가".
▲ 최고참이 된 세월

지난 1998년 앳된 외모로 삼성에 입단한 강동우가 이제는 최고참의 위치까지 올랐다. 그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면서도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 떨어지는 낙엽을 치워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조용히 끈을 놓아야 할지도 모를 시기가 왔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한화에 이적해 올 때에만 하더라도 그의 위로 6명이 있었지만 모두 은퇴했다. 강동우도 스파이크 끈을 더욱 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년 시즌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올해 강동우는 98경기에서 타율 2할5푼2리 4홈런 22타점 14도루를 기록했다. 이적 첫 해였던 2009년 128경기 타율 3할2리 10홈런 48타점 27도루로 활약한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성적. 강동우는 "개인적으로 몸이 안 좋았던 게 아쉬웠다. 올 겨울에는 살도 찌우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면서 몸을 잘 만들고 있다. 스프링캠프에 가서 버텨내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기술훈련도 따로 하고 있고 먹는 것도 잘 먹고 있다"고 말했다.
▲ 자신과의 타협은 없다
한화는 최근 젊은 선수 위주로 리빌딩을 하고 있다. 서른줄을 넘어선 베테랑들은 경쟁력을 잃는 순간 유니폼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강동우는 "나이가 들면 주위에서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조금만 못하면 '나이 먹어서 못하는구나' 하고 몰아가면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고참이란 역할은 많이 힘든 것이다. 나이가 들면 개인 운동하기 더 바쁘기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쓰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코칭스태프에서 할 수 없는 고참들만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경쟁력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항상 경기에 뛰면서 꾸준히 성적을 내야 고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강동우의 반문이다. 그래서 스스로와의 싸움에 돌입했다. 강동우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나 자신과 잘 싸우는 것이다. 타협하는 순간 모든 게 힘들어진다.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갈 힘이 없어지게 된다.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이겨낸다면 내년 시즌에는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동우는 누구보다 독하게 훈련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 꼴찌 탈출? 4강이 목표
강동우는 한화로 이적한 이후 2년 연속 최하위의 아픔을 느껴야 했다. 한화가 내년에도 최하위에 그치면 롯데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3년 연속 꼴찌팀이 된다. 여기저기서 "내년만큼은 꼴찌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강동우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어떤 선수가 꼴찌 탈출만 바라고 야구를 하는가. 멤버가 약한 것을 떠나 모두가 4강을 목표로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꼴찌 탈출이 아니라 4강을 목표로 땀을 흘리고 고생하는 것"이라는 게 강동우의 말이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는 형편이다. 우울한 전망이 많다. 하지만 강동우는 독기를 품을 것을 강조했다. 그는 "4강에 들기 위해 선수들이 추운 겨울에도 나가서 훈련하는 것이다. 4강만이 목표이고 희망이다. 4강에 가야만 팀이 살고 모든 사람들이 산다. 꼴찌를 면하는 것 가지고는 팀이나 선수나 살아남을 수 없다. 7위를 해도 결국에는 8위와 같다. 꼴찌 탈출을 하기 위해 구단에서 비싼 돈들여 해외 캠프를 가는 게 아니다.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참의 목소리에는 독기가 서려있었다. 타성에 젖어 패기가 사라져버린 독수리 군단에서 최고참의 강변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