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박찬호(37)가 정들었던 메이저리그 17년을 뒤로하고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계약했다.
박찬호는 21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 'PARK 61'에서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찬호라는 말 앞에 수식어로 '메이저리거'가 항상 따라 다녔기에 어느 누구도 그가 메이저리그를 포기하고 일본에 진출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박찬호 역시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장고와 고심 끝내 내린 힘든 결정이었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반대로 박찬호가 오릭스와 계약을 했다는 것은 그의 마음을 빼앗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 박찬호는 기자회견에서 세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큰 유혹은 '선발투수' 박찬호였다. 박찬호도 입단 기자회견에서 "오릭스가 선발 투수를 제의한 것이 큰 유혹이었다"며 "선발 투수야말로 내가 소망했던 것"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난 1994년 1월 LA 다저스와 120만달러에 계약하며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가 된 박찬호는 1996년 4월 7일 리글리 필드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을 시작으로 LA 다저스에서 선발투수로 승승장구했다. 덕분에 텍사스 레인저스(2002∼2005년)와 대박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우러러보는 이가 됐다.
그러나 이후 허리와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2005∼2006년), 뉴욕 메츠(2007년)를 거쳐 2008년 '친정팀' LA 다저스에 복귀했다. 비록 예전의 화려한 선발투수가 아닌 조연의 중간 계투였다. 한 마디로 보직이 강등된 것이다. 코리안특급의 자존심도 상했다.
박찬호 역시 "지난 3년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불펜에 있을 때 항상 선발투수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었다"며 "선발 자리에 대한 제의가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고 첫 번째 이유를 설명했다.

두 번째는 가족이었다. 박찬호는 사랑하는 아내 박리혜씨와 아이들을 생각했다. 박리혜씨는 재일교포로 오릭스의 홈인 오사카에 가족이 살고 있다. 이 때문에 박찬호는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아시아 투수 최다승인 124승을 기록한 뒤 어디서 어떻게 은퇴해야 하는 지를 생각했다.
그 중 하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더 커가며 고생하는 아내 박리혜씨를 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돌아보며 은퇴 시기를 생각하게 되었다.
박찬호는 "마지막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겠다 라고 팬들 앞에 약속했다. 당시 한국 복귀를 염두에 두었으나 더 많은 고민을 하던 시점에서 아내와 이야기를 했고 기왕이면 일본에서도 활약을 해보고 한국으로 돌아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서의 경험이 내게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일본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라며 오릭스행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이유를 답했다.

마지막은 '승짱' 이승엽이 큰 역할을 했다. 이승엽은 박찬호에 앞서 지난 10일 서울에서 오릭스와 2년 계약했다.
박찬호는 일본야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국민타자' 이승엽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했다. 또 생각만 해도 흥미로웠다. 박찬호는 "흥미롭다. 이승엽이 재기하고 선전할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돕고 싶다. 낯선 곳에서 도전하는 내게도 이승엽이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상부상조의 자세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엽 역시 20일 박찬호가 오릭스 입단 소식이 발표되자 직접 전화를 걸어 "오릭스 입단을 축하한다. 기자회견에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대신 스프링캠프 시작하는 날부터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3가지 큰 이유 덕분에 일본행을 결정한 박찬호에게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3년간 구원투수로 활약한 박찬호는 몸을 완전히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박찬호 역시 "3년동안 이닝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훈련 일정을 당겨서 투구수를 늘리겠다"고 각오를 밝힌 뒤 "몇 승을 해야겠다고 말하기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스프링캠프에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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