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에서 배우 강예원이 등장했을 때 충무로의 여배우 기근현상을 해결해 줄 떠오르는 신인 배우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예원은 올해 서른 살에 데뷔 10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중고신인’이다.
늦게 빛을 봤기 때문일까. 강예원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에 이어 올해 초 영화 ‘하모니’로 3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차태현과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윤제균 감독과 4번째로 함께 한 영화 ‘퀵’의 촬영까지 마쳤다.
'세상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강예원은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고루 갖춘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해운대’에서 재수생 희미 역을 맡았던 그녀는 이민기와 쓰나미가 갈라놓은 사랑을 했고, ‘하모니’에서는 가족의 아픔이 있는 복역수 유미 역을 맡아 전국을 눈물바람으로 만들었다. 또한 ‘하모니’에서는 전공인 성악을 살려 노래 실력까지 덤으로 인정받았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귀신 씌인(?) 남자를 상대하는 호스피스 ‘연수’로 분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환자를 돌보는 연수는 가족에 대한 상처로 까칠할대로 까칠하다. 그러나 죽는 게 소원인 남자 상만(차태현)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을 치유해간다.
강예원은 ‘헬로우 고스트’에서 여자 주인공이지만,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귀신도 아니고, 귀신에 빙의된 주인공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영화에서 큰 반전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해운대’나 ‘하모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여지도 충분하다. 이쯤되면 그녀의 작품을 선택하는 ‘눈’은 꽤 정확해 보인다.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이 영화를 하면 내가 관객이라도 표를 사겠다하는 영화. 아주 간단하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이 안 오는 영화 자체는 촬영하면서도 신뢰가 쌓이지 않더라고요. 제가 재미있으면 분명 관객도 재미있을 것이고, 최근에 그런 느낌이 잘 맞았던 거 같아요.”

‘하모니’에서 많은 눈물을 쏟았던 강예원은 코믹 영화인 ‘헬로우 고스트’에서 유일하게 ‘코믹’하지 않은 인물이다. “귀신이 없는 것처럼 연기했다”는 강예원은 “다들 웃기는 상황인데 나는 대놓고 웃으면서 연기할 수 없어 힘든 면도 있었어요. 혼자만 그 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역할이니까. 그래서 실제 연수처럼 귀신들의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연수에만 몰입해 연기했죠”라고 설명했다.
특히 ‘헬로우 고스트’에서 연수는 환자를 돌보는 ‘예쁜’ 호스피스지만, 차갑고 우울하다. 그렇다 보니 강예원은 예뻐보이길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내가 돋보이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출연한 영화가 아니에요. 작품 자체에 힘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 영화에서 그렇게 표현된 거 같아요. 주위에서 실물보다 더 안예쁘게 나왔다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연수’처럼 보인 것 같아 좋아요.”
강예원은 이번 작품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크랭크인 2주 전에 ‘헬로우 고스트’에 합류한 그녀는 김영탁 감독 눈에 “여배우가 아닌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부분 역시 강예원은 공감했다.
오랜 무명의 세월을 겪은 탓일까. 실제 4차원을 연상시키는 밝고 활기찬 성격의 강예원이지만, 그녀 내면의 아픔도 분명 존재했다. ‘해운대’의 천방지축 재수생과 ‘하모니’의 복역수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막힘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릴 때 고생을 해서 그런지 양면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연기를 하는데도 그런 경험의 힘이 작용해요. 고생을 했지만, 어둡지 않고, 긍정적인 힘 말이에요. 이것 저것 많은 경험을 해봤던 것이 지금 배우 강예원이 되기 위한 시간이었고 투자였죠.”
그러면서 강예원은 과거 일을 하고 싶었지만, 선택받지 못했던 시간들을 하나 둘 떠올렸다. “예전에는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강예원은 “그러나 그때 한없이 작아졌지만,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성격이다 보니 계속 무언가를 배우면서 꿈을 키웠어요. 춤, 영어, 검도, 필라테스, 수영 등 닥치는대로 배우다보니 잡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긴 터널을 지나온 보답일까. 강예원은 ‘헬로우 고스트’ 촬영 후 곧 바로 돌입한 ‘퀵’도 최근 촬영을 마쳤다.
지금의 행복에 한없이 감사하다는 그녀. “매력이라면, 저와 한번 작업을 했던 사람들은 다 저를 좋아해주시고, 다시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 저를 진정성있게 봐주시는 거죠.” 앞으로 강예원은 달릴 일만 남았다.
bongjy@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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