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천만관객 한국영화는 주로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등장했다. 누구나 감탄할만한 최고의 영화들이 극장가 성수기와 만났을 때 '1000만'이라는 영화계 매직 넘버를 찍었다.
대한민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천만관객을 기록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2003년 12월24일,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다음 해 2월5일,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2005년 12월29일로 모두 추운 겨울에 나왔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 7월27일)과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2009년 7월22일)는 한여름 태생이다.
그렇다면 올 겨울에도 한국영화 천만관객을 기대할수 있을까. 그 키는 '추격자' 나홍진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인 하정우, 김윤석이 쥐고 있다. 바로 100억원 제작비를 들인 잔혹 스릴러 대작 '황해'다.

'황해'는 2시간30분의 긴 러닝타임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다. 손에 땀을 쥐는 장면이 숨 쉴 틈없이 이어지고 나 감독 특유의 쫓고 쫓기는 추격신에 탄복하다보면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입에서는 '아'하는 탄성이 절로 새고 좌석에 딱 달라붙은 엉덩이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황해'는 그런 영화다.
외국영화로는 맷 데이먼의 할리우드 흥행작 '본' 시리즈와 많이 닮았다. 관객 시선을 압도할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는 긴박감과 리얼 액션, 그리고 카 체이싱 등은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한국영화로는 올 여름 최대 흥행작 원빈의 '아저씨'와 김지운 감독의 화제작 '악마를 보았다'를 적절한 비율로 섞은 마약 짬뽕이다. 원빈 식의 화려한 액션 대신에 하정우가 날 것 그대로의 싸움질을 선보였고 피칠갑을 한 김윤석은 최민식 이상의 공포 카리스마를 자랑했다.
스릴러가 액션만 두드러져서는 관객 흡인력에 제한이 생긴다. 충무로가 천재이자 독종으로 구분한 나홍진 감독은 화면 구성과 전개는 물론이고 중독성 이야기를 푸는데도 1인자다. '황해'의 스토리는 깊이와 재미, 그리고 반전의 묘미를 골고루 담고 있다. '닌자 어새신' 류의 단순 피칠갑 액션영화들은 감히 따라오기 힘든 맛과 멋을 풍긴다.
또 이제 우리와 뗄레야뗄수 없는 연변의 구석구석을 마치 다큐멘타리 찍듯이 실감나게 보여주는 도입부 40분이 압권이다. 낯익지 않은 조 단역들은 그래서 더 배우같지 않고 연변의 조선족 동포들인냥 친밀감을 더한다. 이들을 인종차별하는 중국인 캐릭터들에게 증오감이 더 폭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엔딩에 대해서는 시사회 후 호불호가 갈리는 중이다. 나홍진 감독은 "마땅히 이래야 한다. 다른 엔딩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제작자와 투자자들을 설득했다는 후문이고 자신의 고집을 관철시켰다. 개인적으로는 나 감독의 선택에 공감한다. '추격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황해' 엔딩은 영화사에 한 획을 긋지않을까 싶다.
투자 가뭄으로 대작 실종 상태였던 한국영화계에 순제작비만 100억원을 쏟아붓고 3년여 기간을 준비한 '황해'는 분명히 단비같은 영화다. 개봉 시기도 극장가 성수기에 진입한 12월 22일로 잘 맞췄다. '추격자' 이래로 황금 콤비가 된 나홍진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은 자기 이름값들을 충분히 했다. 당연히 천만관객을 기대해봄직하다.
단,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영화등급이 걸림돌이다. 잔혹 스릴러라는 장르 역시 남녀노소, 누구나를 끌어모아야 가능한 천만영화 등극에 찜찜한 요소로 꼽힌다. '황해'가 이런 불리함을 극복하고 한국영화 사상 6번째로 천만관객을 돌파한다면, 스릴러의 마력에 흠뻑 빠져있는 충무로에는 당분간 피바람 스크린이 이어질 게 분명하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