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인터뷰] 정수빈, "내년 목표, 3할-30도루-40타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2.23 07: 05

"실력있는 선배들과 경쟁하니까요. 다른 선배들보다 한 단계 더 뛴다는 자세로 훈련해야지요".
 
"똘망똘망한 친구가 있다"라는 코칭스태프의 추천 아래 2년 전 처음 보았던 신인은 어느새 어엿한 선수가 되어 더 높은 고지를 노린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2년차 외야수 정수빈(20. 두산 베어스)이 2011시즌을 준비하며 2010년 한 해를 보내는 감회를 밝혔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2차 5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정수빈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구로 인해 청소년대표로서 2008 캐나다 청소년 선수권 우승을 일구고도 저평가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1군에서 85경기에 출장해 2할6푼4리 3홈런 17타점 13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비췄다.
 
타격 성적 외에 경기력면에서도 신인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사로잡은 정수빈. 올 시즌 그는 시범경기서 쇄골 골절상으로 인해 출발이 늦었으나 5월서부터 합류해 76경기 3할2푼2리 1홈런 19타점 13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김 감독 또한 "내년에 한 번 스타로 키워보겠다"라는 말로 정수빈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표했다.
 
시즌 후 대만 대륙간컵 대표팀에 합류한 뒤 미야자키 전지훈련까지 마치고 돌아온 정수빈은 현재 잠실에서 자율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쇄골 골절부위에 박아두었던 철심을 최근에 빼고 몸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라며 근황을 밝힌 정수빈은 '전체적으로 살이 조금씩 붙은 것 같다'는 말에 웃으며 "살 좀 찌우려구요"라고 답했다. 파괴력은 물론 풀타임 시즌을 무리없이 치르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 야구 더 알고 몸 관리 신경쓰게 된 한 해
 
꼭 1년 전 정수빈은 "2009시즌에는 (이)종욱이 형의 부상으로 출장 기회를 얻은 것과 다름없다. 2010년에는 1군서 출장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타율 2할8푼 30도루를 기록하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올 시즌 타율 면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한 반면 도루는 지난해와 똑같이 13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미야자키 전지훈련 막판 팀 내 타격감이 가장 좋은 축에 속했던 정수빈은 3월 6일 시범경기 개막 문학 SK전서 김강민의 좌익수 방면 2루타를 처리하다가 담장에 부딪히며 쇄골 골절상을 입었다. 두 달 이상의 치료 및 재활이 필요한 중상이었다.
 
깁스를 하고서도 그라운드가 그리워 홈 경기마다 매일 잠실 관중석을 찾았던 정수빈은 언제나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었다.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 병원 측의 예상을 뒤엎고 1군 조기 합류에는 성공했으나 결국 늦은 스타트로 인해 선발 라인업보다는 교체 요원 출장이 익숙했다. 정수빈에게 부상에 관련해 먼저 물어보았다.
 
"많이 아쉬웠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은 약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 몸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부상 회복 후에도 스스로 몸 관리를 신경쓰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도리어 밝은 표정으로 부상 당시를 돌아본 정수빈은 한 해를 돌아보며 많은 의미를 두었다. 부상이 있기는 했으나 몸 관리에 더욱 충실했던 한 해가 되었고 야구를 더욱 잘 알게 된 한 해였다는 자평이 이어졌다.
 
"부상 때문에 초반부터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두 번째 시즌인데다 안팎으로 야구를 보다보니 조금 더 잘 알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골절 부위에 박아놓았던 핀을 제거한 지 얼마 안 되서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4년 후 인천 AG 노린다
 
정수빈에게 2010년은 전반기보다 오히려 후반기가 더욱 뜻깊었다. 후반기 38경기서 3할2푼6리(86타수 28안타) 14타점 6도루로 정확성을 자랑한 데다 포스트시즌서도 필요한 순간 제 몫을 했다. 10월 3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는 쐐기 스리런으로 승패 향방을 원점으로 맞추는 동시에 분위기까지 이끄는 결정적 수훈을 보여주기도.
 
"후반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서 그런지 감독께서도 '내년에 기회를 좀 더 많이 주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내년에는 올해처럼 다치지 않고 더욱 잘하고 싶어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에도 정수빈의 2010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곧바로 대만에서 열리는 대륙간컵 대표팀에 합류해 국제경기에 나섰다. 프로 데뷔 이후 정수빈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서 별로 못했는걸요, 뭘. 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합류해서 체력적으로 지친 감도 있었지만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대륙간컵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렸잖아요. 보면서 '다음에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나 아시안게임 때는 나도 가고 싶다'라는 열망이 생기더군요. 4년 후 인천 아시안게임을 노리면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소년 같은 이미지의 정수빈이지만 그는 사실 '외유내강형' 선수다. 강인한 마인드를 갖춘 데다 자기 소신을 분명히 밝히는 선수인만큼 수치적인 목표 또한 뚜렷했다. 이제는 1군 무대가 어느정도 익숙한 정수빈에게 다음 시즌 구체적인 목표를 물어보았다.
 
"현실적으로 제가 이룰 수 있을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3할, 30도루. 그리고 40타점의 성적을 올리고 싶어요".
 
말이 40타점이지 테이블세터 요원으로서 한 시즌 40타점을 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엄밀히 따졌을 때 정수빈은 홈런타자가 아닌데다 아직 외야 주전 한 자리를 확실히 꿰찼다고 보기 어려운 선수다.
 
결국 치열한 경쟁 체제를 뚫고 부상 없이 꾸준히 출장해야 넘볼 수 있는 기록이 테이블세터 요원의 시즌 40타점이다. 두산 외야 오른쪽에는 올 시즌 24홈런을 기록한 이성열과 국내 최고급 외야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임재철이 있다.
 
"이번에 19타점을 기록한 만큼 타석 수에 비례했을 때 풀타임으로 뛴다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포지션 경쟁에 대해) 그렇지요. 제가 만약에 못 나가더라도 다른 좋은 선배들이 그 자리를 꿰차고 굳건히 지킬 수 있으니까요. 다른 선배들보다 한 발 더 뛰고 한 단계 더 많은 훈련량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습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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