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잊어라".
김성근(68) SK 감독이 일본프로야구에 도전하는 박찬호(37, 오릭스)에게 초심을 당부했다.
마무리 캠프를 마친 후 일본에 머물고 있는 김 감독은 22일 OSEN과의 통화에서 박찬호의 일본 진출 소식에 대해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만큼 잘해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1994년부터 올해까지 17년 동안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동양인으로는 최다인 통산 124승을 거둔 데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일본과 메이저리그의 차이점을 박찬호가 얼마나 빨리 습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적응을 성공의 열쇠로 짚었다. 김 감독은 "미국이나 일본이나 야구를 한다는 것은 똑같다"면서도 "하지만 분명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얼마나 빨리 알아서 적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찬호가 빅리그에서도 많은 경험을 한 베테랑이지만 일본에서는 1년차 용병에 불과한 만큼 자칫 우월감이나 자만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마음가짐을 새롭고 단단하게 해야 할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향해 처음으로 도전하던 초심을 다시 떠올려 절박하게 달려들어야 할 것"이라며 "자칫 방심했다가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혹시나 아끼는 제자가 빅리거로서 쌓았던 명성에 흠집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이어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불펜이나 덕아웃에서 미국과 다른 문화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것도 견뎌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찬호의 외모에도 신경을 썼다. 박찬호가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인 만큼 일본에서 활약했던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분명 다른 모습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박찬호는 보기 드문 아시아인 메이저리거였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종전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와는 달리 일본인과 구분이 힘든 얼굴의 메이저리거인 것이다. 박찬호로서는 팀 동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야구를 잘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버림 받을 수 있는 용병에 불과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행히 박찬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21일 오릭스 입단 회견에서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너무 많은 것들과 싸우며 적응하고 이겨내야 했다. 그 때는 삶의 많은 부분이 도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뛰었던 것 같다"면서 "내년 일본에 갈 때는 처음 미국에 갔을 때처럼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갖겠다. 야구는 물론 언어와 타자, 감독, 코치, 팬 모두가 내게는 생소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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