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 전창진 감독은 '우승을 노려 볼 만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손사래 친다. 전 감독은 "우승 전력이 아니다. 높이가 낮고 수비도 약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해볼 만하다 싶으면 나오는 부상 선수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 빛나는 팀이 바로 KT다.
KT는 지난 22일 '통신 라이벌' 서울 SK와 원정경기에서 89-67으로 대승을 거뒀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으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3쿼터부터 승기를 완전하게 잡으며 예상 밖 대승을 낳았다. 코트에서 좀처럼 웃음을 짓지 않는 전 감독이 미소지을 만큼 경기 내용이 좋았다. 전 감독은 "선수들 정신력의 승리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KT는 암울한 분위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김도수가 오른 발등 부상 재발로 시즌 아웃된 가운데 송영진과 표명일까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었다. 백업 포인트가드 최민규가 두 달 여 만에 돌아왔지만, 바로 전 경기에서 발가락 부상을 당한 박상오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KT는 박성운 이상일 등 백업선수들을 주전으로 기용하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백업선수들이 일을 냈다. 2군에서 갓 올라온 2년차 센터 이상일은 9점 4리바운드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박성운도 3점포 2방 포함 8점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또 다른 백업멤버 윤여권도 3쿼터 초반 결정적인 3점슛 2개와 기가 막힌 2대2 플레이를 성공시키며 3점슛 4개 포함 14점 2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부상이 낫지 않은 박상오도 21분3초 동안 득점은 6점에 그쳤지만 올 시즌 가장 많은 4개의 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도왔다.
시즌 후 최대 위기로 불렸던 상황에서도 KT는 정면 돌파로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 위기 때마다 무너지지 않고 더 강해지는 것이 바로 KT의 힘이다. 지난 시즌 전창진 감독 부임 후 단 한 번도 3연패가 없다는 사실은 그만큼 KT가 꾸준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14승7패로 3위 자리를 유지한 KT는 1위 원주 동부(15승5패)와 격차도 1.5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은 "선두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나름의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욕심을 부리기 보다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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