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극과 극 행보가 흥미롭다.
어느 팀이 옳고 그른 문제를 떠나 SK와 롯데는 여러 면에서 상반되는 행보 때문에 많은 야구인들에게 비교 구단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팀 사령탑 선임이 그랬고 선수단 전력 보강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제 9구단 창단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역시 다르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한 쪽의 말이 '정답' 혹은 '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적이라는 측면에서 SK와 롯데 양측의 의견은 야구계 전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을 각기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다.
▲김성근 대 로이스터
사령탑부터 대표적인 비교의 대상이었다.
SK는 2007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해 승승장구했다. 올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나 하면 세 차례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성적을 얻은 대신 김 감독의 일년 내내 쉬지 않는 훈련이나 경기 시 일정한 룰을 깨는 투수 기용 방식은 팬과 야구인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롯데는 2007시즌 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메이저리그를 표방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 모처럼 최고 인기 구단의 위력을 선보였다. 자율적인 훈련 방식과 예측 가능한 투수 기용에서 환영을 받았으나 성적에서는 살짝 아쉬움을 남겨 내년 시즌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실제로 두 감독은 훈련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갈등 구도를 보인 적도 있었다. 한 선수가 "김성근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을 섞어 놓은 감독이 가장 이상적인 감독일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수단 운용에 있어 판이했다. 3년 동안 SK와 롯데는 김성근 식 야구와 로이스터 식 야구로 대표되면서 폭넓은 화두를 던졌다. 팬들은 물론 야구인들의 생각 폭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발전적인 갈등 구조였다.

▲넥센 전력 활용 방식 여부
SK와 롯데는 전력 보강이라는 측면에서도 다르다.
우선 SK는 2004년 김재현을 LG에서 영입한 이후 FA 시장을 통한 외부 전력 강화는 전무하다. 반면 2005년 김민재(한화)와 2009년 이진영(LG)을 제외하고 위재영, 정경배, 김원형, 박경완, 이호준, 조웅천 등 내부 FA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트레이드나 웨이버 공시를 통한 전력 상승을 꾀하는 데는 적극적이다. 얼마전에는 삼성에서 방출된 박진만을 3억 원에 잡아 화제를 모았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외부 전력 영입에 상당히 적극성을 띠었다. 2003년 정수근, 이상목 이후 조용하던 롯데는 2009년 성공적인 FA 사례로 불리는 홍성흔을 데려왔다. 특히 SK와는 달리 벌써 두 번이나 넥센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야구계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고원준과 황재균이라는 유망주를 얻는데 성공했다.
내부 유망주의 성장이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SK의 전력 보강 방식이 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정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백 수혈이 필요하다는 면에서는 불안 요소를 항상 지니고 있다.
매년 전력 상승을 꾀하는 롯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팬들에게 매년 기대감을 심을 수 있고 끊임없는 화제를 제공, 진정한 프로 구단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넥센 트레이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은 상당한 비판을 부른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더구나 SK가 23일 실시한 '제 1회 SK 야구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이나 '멘토-멘티 결성식'과는 어쩐지 상반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다.

▲엔씨소프트를 바라보는 시선
제 9구단 창단에 참여한 엔씨소프트를 바라보는 시선도 상반적이다.
SK는 대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신영철 사장은 "기존 구단들이 약간씩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야구계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성근 SK 감독도 "두 손을 들어 대환영한다"고 반겼다.
롯데는 달랐다. 장병수 사장은 "흑자 구단이 없는 프로야구 현실에서 창원에 연고를 하는 팀이 생길 경우 롯데의 전체적인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팀을 늘이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우려했다. 또 배재후 단장도 "과연 매출액이 1조원 정도인 기업이 프로야구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SK처럼 엔씨소프트에 옹호적이다. 일구회는 물론 선수협조차 성명서를 내 엔씨소프트의 창단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롯데가 이기적인 구단으로 치부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롯데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가 지극히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경쟁자에 대한 경계는 당연하다. 또 매년 20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출 변화가 심한 IT업체의 가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자칫 냉정을 찾지 못해 휩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기도 하다.
최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프로야구 발전 측면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SK와 롯데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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