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양대리그' 역사와 과제는?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2.25 07: 47

제9구단 창단이 탄력받으면서 양대리그 전환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일리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는 궁극적으로 양대리그에 대한 꿈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는 "프로야구 출범 30주년이 되는 2012년에는 2개 구단을 더 창단해 양대리그로 운영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국프로야구 OB 모임 사단법인 일구회도 "제9구단 창단이 물꼬가 돼 야구인의 꿈인 양대리그가 정착해서 한국야구가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과연 양대리그가 한국야구의 빛이 될 수 있을까.
▲ 미국과 일본의 양대리그
미국과 일본은 모두 양대리그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일본프로야구는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로 나눠져있다. 두 나라는 리그 분리의 의미가 확실하다. 경기수도 같은 리그팀과 압도적으로 많은 경기를 가지며 모든 팀 순위와 기록도 같은 리그를 기준으로 한다. 다른 팀끼리 맞붙는 인터리그를 따로 신설해 놓았으나 기본적으로 리그의 성격과 특성이 다르다. 아메리칸리그와 퍼시픽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지만 내셔널리그와 센트럴리그는 투수도 타석에 들어서는 전통적인 야구를 한다. 각 리그마다 전통과 특성이 있고 그에 따른 경쟁이 보는 재미를 부추긴다.

무엇보다 구단 수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난다. 메이저리그는 총 30개 구단으로 아메리칸리그 14개, 내셔널리그 16개 구단이며 일본프로야구도 총 12개 구단으로 6개씩 분리돼 있다. 아직 한국프로야구는 8개 구단 체제이며 신생구단이 가세해도 10개 구단으로 양대리그를 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10개 팀을 5개씩 나누면 홀수가 되기 때문에 리그 운영에 있어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는 부분. 또한, 한국프로야구는 리그 연맹이 2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의 리그 연맹이 분리돼 있으며 리그마다 회장도 따로 두고 있다. 한국의 여건으로나 정서로는 진정한 의미의 양대리그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 한국의 실패한 양대리그
한국프로야구도 양대리그를 실시한 전례가 있다. 지난 1999~2000년 2년간 양대리그를 실행했다. 드림리그와 매직리그로 4개팀이 나눠졌다. 1998년 순위에 따라 1·4·5·8위팀을 드림리그, 2·3·6·7위팀을 매직리그로 묶었다. 포스트시즌은 각 리그 상위 2개팀이 크로스 토너먼트로 7전4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렸다. 그러나 제도 시행 첫 해부터 리그의 전력과 승률 불균형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시즌 중반 한 때 드림리그 4위팀 해태가 매직리그 3위팀 한화보다 승률이 높은 기현상이 벌어졌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페넌트레이스 승률 1위팀 두산이 승률 4위팀 한화에 플레이오프에서 4연패로 무너지는 이변까지 이어졌다.
 
제도 시행 2년째가 된 2000년을 앞두고는 삼성과 롯데가 리그를 바꿀 정도로 일관성이 없었다. 전년도 승률에 따라 1·3·5·7위팀과 2·4·6·8위팀으로 나눈 결과였다. 1999년 시행착오를 통해 KBO는 리그가 다른 3위팀이 2위팀보다 승률이 높을 경우에만 한해 준플레이오프를 시행하기로 했다. 실제로 그해 드림리그 3위팀 삼성이 매직리그 2위팀 롯데는 물론 1위팀 LG보다 승률이 높은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3전2선승제 준플레이오프가 벌어졌다. 8개 구단 체제에서 무려 5개 구단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7전4선승제 양대 플레이오프가 동시에 벌어진 탓에 관심도마저 분산돼 리그 흥행에도 실패했다. 결국 2000년을 끝으로 양대리그는 문을 닫아야 했다.
▲ 진정한 양대리그 과제는
2년간 시행한 양대리그는 8개 구단 체제의 한계를 드러냈다. 팀 순위만 양대리그로 나눠졌을 뿐 실질적으로는 단일리그와 크게 다를게 없었다. 팀 순위를 뺀 나머지 개인기록은 모두 단일리그처럼 통합 적용됐다. 그렇다고 같은 리그팀끼리 많이 붙은 것도 아니었다. 1999년에는 같은 리그팀과 20경기, 다른 리그팀과 18경기씩했지만 2000년에는 이와 관계없이 모든 구단들과 19경기씩 소화했다. 경기방식에서 차별화를 둔 것도 아니다. 모든 경기에서 지명타자 제도가 채택됐다. 리그에 따른 특성과 재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관중동원에서도 1999년 이승엽의 홈런행진으로 322만624명을 모으며 반짝 상승했을 뿐 2000년에는 250만7549명으로 뚝 떨어졌다.
때문에 10개 구단 체제가 조성되더라도 양대리그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로 5개팀씩 양대리그로 나누면 한 팀이 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나머지 팀들끼리 인터리그를 하게 되면 리그 구분의 의미가 없어진다. 리그를 어떻게 구분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여부도 풀어야 할 과제. 종전처럼 매시즌 성적에 따라 리그를 바꿀 경우에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양대리그보다 단일리그가 현실적이다. 관심을 집중시키는 게 우선이다"고 지적했다. 허울 뿐인 양대리그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단일리그를 통해 리그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 기반이 다져진 상태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양대리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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