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 아닌 이경규' 연예대상은 밥그릇 순으로 주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12.26 08: 54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결국 KBS의 2010년 연예대상 선택은 이경규였다. 친정이나 다름없는 MBC를 떠나 KBS로 옮겼던 그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일요일 인기 예능의 반석에 올려놓은 공로를 KBS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지난 25일 밤 10시 15분부터 KBS 2TV를 통해 150분간 생중계된 'KBS 연예대상'. 대상 트로피와 꽃다발을 가슴에 안은 이경규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에 겨워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의 주위에는 강호동 이윤석 등 수많은 후배들이 몰려들어 축하 세리머니를 펼치며 흥겨워 했다.
결국 수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올 'KBS 연예대상'의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 그대로였을 뿐 파격이나 참신, 세대교체와는 거리가 멀어 일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지난 수 년 동안 TV 3사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강호동의 차지였고 여기에 이경규, 탁재훈 등이 가끔씩 도전장을 던지는 구도로 진행됐다. 특히 연공서열이 분명한 연예계에서 올해 '남자의 자격'으로 확실히 부활을 알린 이경규의 수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경규는 모래판 천하장사 강호동을 코미디언으로 발탁하고 키운 인물이다. 예능 프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역으로서는 그 보다 선배로 대접받을 코미디언을 더이상 찾을 수 없다. 그런 그도 인기의 부침은 분명했다.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등 MBC 간판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터줏대감으로 출연하는 코너마다 장안의 화제였던 그는 2006년부터 슬슬 방송가 속된 말로 '출연 프로마다 말아먹는 귀신'이 됐다.
그의 쇠락을 증명했던 대표적인 예능이 2008년 4월말 폐지된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이다. 이경규의 10년 아성도 이때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위기의 이경규' '이경규 비틀'이란 제목의 연예 기사들이 나왔다.
다들 '이경규도 이제 곧 끝나겠구나' 생각했을 때 그는 낯선 KBS 2TV에서 '남자의 자격'으로 새출발을 했고 끝내 자신을 내친 '일밤'을 시청률 몇 배로 압도하는 인생 역전극을 펼쳤다. 그런 이경규가 올 연말 KBS 연예대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에 성공한 사실에는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느껴진다. 3 년 연속 '연예대상' 후보에 오른 '개그콘서트' 김병만이 선배의 벽을 뚫지 못하고 또다시 수상에 실패한 사실이다.
김병만은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24일 “2010 KBS 연예대상 후보자 중 지지하고 싶은 후보는?”라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9.6%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이경규(24.1%), 3위 강호동(21.7%), 4위 유재석(14.9%), 5위 신동엽(9.6%)의 순서였다.
'개그콘서트'에서 달인 코너를 맡아 수 년째 온 몸을 내던지는 불꽃 개그로 정통 코미디 프로를 사수해온 그의 열정과 재능에 시청자들도 공감한 결과일 것이다.
김병만 역시 이번 연예대상에서는 수상의 기대를 표한 바 있다. 22일 저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진행된 '개그콘서트' 공개 녹화 후 "올해도 대상 후보로 선정됐는데, 솔직히 기대되지 않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히 기대를 해보고. (대상을 받는 순간을)상상해 보면 엄청 떨리고 긴장이 된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아직 수상 소감 같은 것도 준비 안했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나머지 분들이 다들 정말 거인들이시지 않나"라며 "그래도 만약 저에게 좋은 소식이 온다면 '개콘' 식구들이 받을 상을 제가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40, 50명 동료들 사이에 끼어있는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며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올해 못받으면 내년, 또 내년이 안되면 내후년, 저는 갈 길을 계속 열심히 갈 뿐"이라고 한 김병만이 내년에는 진정한 연예대상 수상자로 태어나길 기대한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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