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직한 파워포워드의 존재를 더욱 절실히 느낀 경기였다. 안양 한국인삼공사가 결국 박상오(부산 KT)의 대항마를 찾지 못하고 2연패를 당했다.
인삼공사는 2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T와 2010~2011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3라운드 경기서 데이비드 사이먼(18득점 12리바운드)의 분전에도 불구 76-90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인삼공사는 시즌 전적 8승 16패(8위)를 기록하며 도약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경기 전 이상범 감독은 "우리가 4번 포지션이 강한 팀에 약하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 온 인삼공사의 고질적 약점. 상대 파워포워드를 막아내야 하는 김종학과 김명훈은 아직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KT전서는 이 약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경기 전 베테랑 슈터 김성철이 장염으로 인해 경기 엔트리서 제외되는 악재를 맞은 인삼공사는 1쿼터 3점포 3개로 9점을 몰아넣은 이정현이 일찌감치 반칙 3개를 당하며 2쿼터 위기를 맞았다. 공격 옵션 중 하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던 터.
게다가 KT는 박상오를 코트에 투입하며 신장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박상오는 지난 25일까지 22경기 평균 15.8점 5.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T의 상위권 순항을 이끄는 주역. 그러나 인삼공사에서는 공수 양면에서 그의 대항마를 찾기 힘들었다.
송영진과 박상오가 함께 뛸 경우 박상오는 박성훈, 이정현 등 스몰포워드들과 수비 매치업이 되었고 이는 인삼공사 쪽 신장 열세로 이어졌다. 박상오는 이날 12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한 동시에 매치업 우위를 가져다주며 상대 인삼공사의 경기력을 주춤하게 했다.
사실 KT&G 시절이던 2년 전만 해도 인삼공사는 4번 포지션에서 적어도 밀리는 경기를 펼치는 팀은 아니었다. 득점원 마퀸 챈들러를 차치하더라도 힘을 갖춘 이현호와 김일두가 상대 4번을 잘 막아냈다. 그러나 이현호는 지난 시즌 전자랜드로 이적했으며 김일두는 공익 근무 중이다.
파워포워드 문제는 시즌 막판에도 보강이 어렵다. 연세대 시절 2~4번을 두루 소화하던 양희종이 상무 제대 후 내년 2월 시즌 중 곧바로 복귀하지만 그는 프로 무대서 파워포워드가 아닌 스몰포워드로 뛰어왔다. 신인 드래프트서 오세근(중앙대)을 손에 넣을 경우까지 감안하면 다음 시즌 인삼공사의 골밑은 든든한 편이지만 올 시즌용 해결책은 아니다.
"양희종이 가세하는 내년 2월까지 버틴 뒤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에 승부수를 던진다"라는 이 감독의 시즌 전략. 2시즌 째 이어지는 아쉬움 속 악전고투 중인 인삼공사는 과연 어떻게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이상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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