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초 300승 사령탑은 서울 SK '신산' 신선우 감독이다. 148경기 만에 프로농구 최초로 100승을 올린 신 감독은 200승과 300승 고지도 가장 먼저 밟았다. 그러나 최소경기 타이틀은 100승이 유일하다.
200승, 300승 최소경기 기록은 다른 이가 갈아치웠다. 부산 KT 전창진(47) 감독. 전 감독은 지난 26일 안양 인삼공사전 승리로 개인 통산 300승을 돌파했다. 데뷔 485경기 만에 달성한 300승. 신 감독의 516경기를 31경기 앞당긴 기록이다.

▲ 최고 승률, 최다 감독상
용산고-고려대를 졸업하고 1986년 삼성전자에 입단한 전 감독은 청소년대표 출신일 정도로 유망주였으나 무릎 부상으로 입단 1년 만에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전 감독은 이후 농구단 주무로 새로운 역량을 뽐냈다.
은퇴한 직후 주무로 시작한 전 감독은 1998~1999시즌 삼성 수비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절친한 후배 허재가 있는 삼보로 옮긴 전 감독은 2001~2002시즌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02~2003시즌부터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정식 감독 첫 시즌이었던 2002~2003시즌부터 전 감독은 팀을 정규리그 3위로 이끈 데 이어 6강-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 결정전 우승의 파란을 일으켰다. 프로농구 최초로 정규리그 3위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한 순간이었다.
이후 2003~2004시즌 정규리그 우승-플레이오프 준우승, 2004~2005시즌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우승, 2005~2006시즌 정규리그 3위, 2007~2008시즌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우승, 2008~2009시즌 정규리그 2위 등 2006~2007시즌을 빼놓고는 매년 동부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전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을 무려 4차례나 받았는데 이는 프로농구 최다 기록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상을 받았다. 1위팀 감독이 아님에도 감독상을 받은 건 1999~2000시즌 삼보 최종규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전 감독의 개인 통산 전적은 300승185패. 승률이 6할1푼9리에 달하는데 이것도 50승 이상 거둔 감독을 기준으로 할 때 역대 최고치다. 300승을 200승보다 19경기 더 빨리 앞당겼을 정도로 승수 쌓는 속도가 빠르다. 플레이오프 성적도 통산 33승20패로 승률이 6할2푼2리로 역시 감독 최고 승률이다. 우승 횟수도 정규리그 3회, 플레이오프 3회, 통합우승 2회로 신선우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 여우 같은 곰

올 시즌 전 감독은 김도수 송영진 최민규 표명일 박상오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 KT를 공동 2위로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 감독이 진정한 역량을 인정받은 건 지난 시즌 KT를 맡고 난 뒤부터였다.
김주성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는 동부를 떠나 2시즌 연속 하위권으로 고전한 KT를 첫 해부터 정규리그 최다승(40승) 2위 팀으로 바꿔놓았다. 수비코치 출신답게 강력한 수비전술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었다. 여름내 강력한 체력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린 뒤 선수 전원을 활용하는 벌떼 농구로 특정 선수 의존도를 줄여놓았다.
전 감독은 '여우 같은 곰'으로 불린다. 겉으로는 배짱 두둑한 용장의 모습이지만 안으로는 선수들을 아끼는 섬세함은 여우를 연상시킨다. 선수들을 호되게 다그치고 심판들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용장이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따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섬세하게 배려하고 믿음을 심어주는 모습은 두말 할 것 없는 덕장이다.
경기 내내 서있는 채로 선수들을 독려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전 감독은 친화력과 카리스마를 두루 갖추며 용장과 덕장의 경계선을 마구 넘나든다. 외국인선수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 감독의 불호령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
최소경기 300승 달성 후 전 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동부 시절에는 김주성·신기성·양경민이라는 좋은 선수들과 함께 했지만, 다른 팀에서 버림받은 표명일·강대협·손규완 등을 재발견했다.
KT로 넘어와서는 특급 선수가 없지만 모든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끈끈한 조직력을 구축했다. 그 와중에 조성민이 특급 수준으로 성장했다. 철저하게 강력한 수비와 물 샐 틈 없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팀을 만들었다.
특히 강력한 수비 전술은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코치 시절 전창진 감독님께 수비 전술을 많이 배운 게 지금 효과를 보고 있다"고 고마워할 정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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