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의 1점대 평균자책점.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3)이 올해 작성한 또 하나의 괴물 같은 기록이다.
류현진은 올해 192⅔이닝을 던지며 39자책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 1.82. 지난 1998년 현대 정명원(1.86), 해태 임창용(1.89)이 기록한 이래 무려 12년 만에 나온 규정이닝 1점대 평균자책점이다. 특히 류현진은 선발투수로 200이닝 가까이 소화하며 기록한 1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류현진은 올 시즌 내내 평균자책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승리는 팀 타선과 수비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평균자책점은 투수 본인의 활약에 달려있는 기록이다. 과거에는 탈삼진에 대한 욕심을 많이 비쳤으나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최대한 점수를 적게 줘야 하는 에이스의 숙명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늘 "평균자책점을 낮춰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지난 27일 한화 구단에서 개최한 어린이 겨울방학 야구교실에 모습을 나타낸 류현진은 다시 한 번 평균자책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평균자책점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평균자책점이 곧 팀과 자신을 승리로 이끄는 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1점대 평균자책점에 대해서는 부담을 나타냈다. 류현진은 "여기에서 어떻게 더 낮출게 있겠나"라며 웃어보였다. 그만큼 1점대의 평균자책점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역대 프로야구에서 2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며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역사상 3명밖에 없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두 차례 0점대 평균자책점을 포함해서 6년 연속 1점대를 마크한 선동렬을 비롯해 1985~1986년 최동원, 1986~1987년 김용수밖에 없다. 그들 외에는 어떤 투수도 2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 고지를 밟지 못했다.
류현진은 데뷔 후 5년간 960⅓이닝을 소화하며 294자책점만 내줬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2.76밖에 되지 않는다. 라이벌 SK 김광현이 2.65로 조금 낮지만 류현진은 김광현보다 무려 389⅓이닝을 더 던졌다. 류현진의 통산 평균자책점은 900이닝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만큼 데뷔 후 5년간 그가 보여준 괴력은 승수만이 아니라 평균자책점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벌써부터 류현진은 해외 구단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내년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별다른 인연이 없는 한화와 연습경기를 잡은 것도 류현진을 보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김민재 수비코치는 "(류)현진이 목표는 요미우리전 완봉승이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자 한화 구단관계자는 "아예 등판시키지 않으면 된다"며 웃어보였다. 나날이 몸값이 치솟고 있는 류현진이 과연 내년에는 몇점대 평균자책점을 마크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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