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이 괴물을 버리고 자신의 주특기인 ‘영구’로 돌아왔다. 80~90년대 한국 코미디계를 주름잡던 영구가 미국 뉴욕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1986년 ‘유머 일번지’ 속 캐릭터로 처음 등장한 영구는 그 당시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패러디되는 대표 코믹 캐릭터이자 국내에선 슬랩스틱의 원조이다.
1989년 영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첫 영화 ‘영구와 땡칠이’는 당시 비공식 집계 270만명 관객 돌파라는 흥행돌풍을 일으켰고, 이후 총 19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이런 수치적인 것을 들지 않더라도 영구는 명실공이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다.

그런 영구가 2010년 다시 나타났다.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80년대 대한민국의 웃음을 책임졌던 영구가 2010년의 감성을, 그것도 세계인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는 덜 떨어진 영구가 마피아 조직 보스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해 좌충우돌 마피아 수업을 받는 내용을 담는다. 영구의 자질에 대해 조직 내에서 의문을 품는 상황에서 영구는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고, 만날 어딘가에 부딪치고 깨지면서 슬랙스틱의 진수를 만들어낸다.

과연 영구다운 코미디다. ‘용가리’와 ‘디워’로 이미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두 번의 영화를 만든 심형래 감독이 ‘영구’를 가지고 세 번째 도전장을 내민 만큼 만발의 준비를 갖췄다. 제작, 감독, 각본에 이어 주연까지 1인 4역까지 확장됐다.
영구를 모르던 할리우드에서는 ‘미스터 빈’ 버금가는 코믹함을, 영구를 아는 국내에서는 과거의 향수와 함께 할리우드에 진출한 영구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과연 그 웃음이 세기가 103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끌고 갈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2대 8 가르마에 배꼽 위로 올라온 짤막한 바지, 팔자눈썹에 검은 앞니를 드러내고 영구가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웃음이 터진다.
영구가 위급한 상황에서 총을 떨어뜨리고, 야구방망이로 자신의 머리를 찍고, 남을 괴롭히려다가 오히려 도움을 줄때는 ‘피식’하는 옅은 웃음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 내내 반복되면서 다소 어이없는 상황도 동반한다. 그 자체가 매력일테지만 말이다.
SF 괴물을 버리고, 한 세대를 이끌었던 ‘영구’로 돌아온 심형래 감독. 1986년 처음 등장해 TV와 스크린에서 모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구가 2010년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영화는 29일 국내에서 앞서 개봉하며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bong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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