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경제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스포츠 신문과 인터넷으로 야구 뉴스부터 확인합니다".
LG 트윈스 백순길(53) 신임 단장의 하루 시작이다. 백 단장은 지난 17일 그룹 인사 이동을 통해 야구단 단장직을 맡아 2011년 1월 3일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29일 이른 아침부터 잠실야구장 내 LG 사무실로 출근한 백 단장은 운영, 마케팅, 홍보 등 전 부서의 업무 보고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정말 좋아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동대문야구장에 열린 대통령기 결승전에서 모교(경북고)를 응원하기 위해 친구들 5명과 선생님들 몰래 기차를 타고 올라왔던 기억도 생생하다"고 말한 백순길 단장은 "야구를 좋아하던 인연으로 LG 단장까지 하게 된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 1984년 LG전자에 입사한 백 단장은 "82년 한국프로야구 개막전 2회초에 이만수(현 SK) 코치가 프로야구 첫 홈런을 친 것도, 그리고 이종도가 역전 끝내기 만루 홈런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다"고 추억했다.
1989년 말 미국 지사로 발령이 나 7년 뒤 한국에 복귀하자 LG가 야구팀을 가지고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야구장을 자주 찾았다. 이후 매년 야구장을 꾸준히 찾은 그는 올 시즌에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직원들과 함께 통닭, 김밥, 맥주를 들고 지정석이 아닌 응원석에 LG를 응원했다.
그러나 올 시즌 팀 성적이 6위에 머무르며 승보다 패가 많자 백 단장과 같이 경기장에 오는 사람들이 시즌이 지날 수록 조금씩 줄었다. 그는 "나 같은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도 자꾸 지니까 오기 싫어지더라"며 "집에 갈 때 허탈함이 느껴진 듯 하다"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백 단장은 "아직 야구단을 파악하지 못했다. 감독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선수단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신연봉제도'에 대해 백 단장은 "신연봉협상과 관련해서는 내가 아직 참여하지 않았다"며 "보고를 듣기로는 연봉 협상 속도도 지난해와 비슷하며 잘 해결 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 대구상고(현 대구 상원고) 교장선생님이던 부친과 매일 밥상에서 양교의 야구부를 놓고 열띤 대화를 나눴던 백순길 단장.
8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LG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90년대 LG 전성기에는 표가 없었는데…"라며 "성적을 내야 관중들이 더 많이 오실 것 같다"며 단장 출사표를 대신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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