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의 3라운드 전승이 아쉽게 물거품됐다.
KCC는 지난 29일 부산 KT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하며 연승행진이 '6'에서 멈춰섰다. 멈출 줄 모르는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던 KCC로서는 아쉬운 한판이었다.

KCC가 멈춰선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3라운드 전승을 예고한 전태풍(30·178cm)과 하승진(25·221cm) 콤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전태풍은 공격, 하승진은 수비에서 각각 딜레마를 드러냈다.
▲ 꽁꽁 묶여버린 전태풍
KCC 공격의 핵은 전태풍이다. 그의 손끝에서 KCC 공격이 시작된다. 그러나 KT전에서 전태풍은 꽁꽁 묶였다. 34분20초를 뛰었지만 겨우 12점에 그쳤다. 특히 승부처가 된 후반에는 단 5점밖에 넣지 못했다.
연장 막판에는 골밑으로 치고 들어가다 KT 찰스 로드에게 블록슛을 당하며 공격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전반적으로 후반 내내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후반에서부터 집중 마크를 시작한 KT 3년차 가드 양우섭에게 완벽하게 틀어막힌 탓이었다.
KT 전창진 감독은 "양우섭이 나이가 어린 선수인데도 전태풍을 완벽하게 잘 막아줬다"고 칭찬했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KCC에 졌는데 전태풍에 대한 수비가 아쉬웠다. 전태풍에 대한 약속된 수비를 준비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잘됐다"고 덧붙였다.
작지만 매우 단단한 체구를 자랑하는 양우섭이 힘과 끈기를 바탕으로 후반부터 바로 코앞에서 졸졸 따라붙어 전태풍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허벅지 부상 여파 탓에 정상 컨디션이 아닌 전태풍으로서는 체력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 하승진의 좁은 수비 범위
KT전에서 하승진은 팀 내 최다 23점을 올렸다. 특히 연장전에서는 팀이 기록한 8점을 홀로 기록했다. 골밑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수비가 문제였다. 매치업된 박상오에게 무려 29점을 헌납했고, 제스퍼 존슨(22점) 송영진(14점)도 하승진을 유린했다.
이날 경기가 워낙 공격적으로 펼쳐진 것도 한 이유였지만, 하승진의 수비 범위에도 한계가 드러났다. 하승진은 골밑에서는 서있는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다. 블록슛 3개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움직임이 느린 만큼 수비 범위가 좁았다.

송영진은 "KCC가 하승진이 있어 강한 면도 있지만 그만큼 약점도 있다. 나와 박상오가 3점슛을 쏠 때 보면 거의 노마크였다. 그런 점을 노렸다. 하승진을 골밑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움직임이 느리기 때문에 외곽으로 빠지면 상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KT는 3점슛을 무려 14개나 적중시켰는데 이 가운데 박상오(4개)와 송영진(2개)이 6개를 합작했다. 하승진을 외곽으로 끌어내면 존슨, 박상오, 송영진 등이 미들 라인과 골밑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KCC 수비를 헤집었다. KCC는 하승진의 좁은 수비 범위를 메울 만한 수비 로테이션이 부족했다.
▲ KT전 3연패, 연장전 4연패
KCC는 올 시즌 KT와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3차전 패배 후 허재 감독은 "KT가 워낙 슛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KT는 3점슛을 14개나 적중시키는 등 야투성공률이 무려 61.8%에 달했다. 철저한 패스와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션 오펜스로 공격하는 KT 팀컬러 상 발이 느린 하승진이 있는 KCC로서는 수비하기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허 감독도 "쉬운 슛을 너무 많이 내줬다"고 했는데 결국 수비 로테이션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테이션 수비의 1인자' 신명호를 떠올리게 한 장면이었다.
이날 패배로 KCC는 올 시즌 4차례 연장 승부에서도 모두 패했다. 5점차 이내 승부에서도 3승7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대목이다. 외국인선수 크리스 다니엘스와 제럴드 메릴도 준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고비 때 1대1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KCC로서는 접전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해법을 잘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KT전 패배는 KCC 입장에서 얻은 게 많은 한판이 될지도 모른다. KCC는 오는 31일 원주 동부와 2010년 마지막 날 빅매치를 벌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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