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죄송한 마음, 야구로 갚겠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2.30 07: 14

길었던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한화 '스나이퍼' 장성호(33)에게 2010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다. 시즌 전 트레이드 문제로 마음고생한 그는지난 6월8일 전격적인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15년간 정들었던 KIA 유니폼을 벗었다. 한화 이적 후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종료 후 10월18일에는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 그날은 장성호의 33번째 생일날이었다. 그렇게 굴곡진 한해가 마무리되는 요즘. 장성호는 마음 속 짐을 털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물론 마음 한구석 죄송한 마음은 새겨둔 채로.
▲ 구단·감독·팬들께 죄송스럽다
장성호는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화 구단과 한대화 감독 그리고 팬들에 대한 죄송함이 바로 그것이었다. 한화 이적 후 장성호는 옛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성적은 74경기 타율 2할4푼5리 58안타 4홈런 29타점. 화려한 명성에 한참 미치지 못한 성적이다. 시즌 종료 후에는 어깨 수술까지 받아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졌다. KIA에서 부상을 숨기고 온 것으로 오해받은 나머지 갖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그는 죄송한 마음을 거듭 밝혔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성호는 "트레이드될 때만 하더라도 통증이 있었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다. MRI 검사로도 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경기를 계속 하다 보니 통증이 점점 더 도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구단과 감독님 그리고 기대해 주신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전적으로 선수 책임이다. 그 부분은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한 마음을 보답할 길은 결국 야구밖에 없다. 장성호는 "야구선수는 야구로 보답하는 수밖에 없다. 죄송한 마음을 성적으로 갚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완벽한 몸을 만들겠다
장성호는 시즌 종료 후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수술날이 하필이면 생일날이었다. 아내가 마련한 케이크 춧볼을 끄고 차가운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후에는 곧바로 재활을 시작했다. 최근 재활 1단계를 마친 뒤 연말휴가를 받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두 달여 동안 집중적인 재활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덕구온천에서도 휴식 겸 재활을 병행했다. 매일 산을 오르고 야간에는 마사지 등을 통해 재활치료를 받았다. 장성호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재활 1단계를 통해 몸 상태가 좋아졌다. 곧 있으면 재활 2단계에 들어간다. 내년이 더 중요하니까 몸 상태를 완벽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몸 상태는 내년 시즌 장성호의 성공을 위한 키워드다.
장성호는 내년 5월께 복귀 시기를 잡고 있다. 그러나 결코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장성호는 "수술한 다음에는 늘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내년에는 몸을 확실하게 만든 뒤 1군에 올라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완벽하지 못한 몸 상태 때문에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물론 몸 상태만 확실하면 성적에 대한 자신은 있다. 그는 "몸만 아프지 않으면 성적은 자신있다"고 했다. 장성호는 통산안타 1799개로 이 부문 역대 3위에 올라있다.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갖고 있는 양준혁(2318개)을 넘어설 수 있는 유력한 후보다. 몸만 완벽하다면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다.
 
▲ 이름값? 후배들과 경쟁하겠다
장성호는 이름값이 대단한 선수다. 양준혁과 함께 유이한 9년 연속 3할이라는 위업을 이룬 대타자다. 그러나 스스로 이제는 이름값을 지웠다. 후배들과 경쟁도 받아들였다. 장성호는 "더 이상 이름값으로 야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후배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강하게 채찍질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대화 감독은 장성호에 대한 믿음이 크지만 장성호 스스로 믿음을 받기 위해서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도 야구를 잘해야 좋아하시지 않겠나. 사실 감독님께 가장 죄송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장성호는 고참으로서 리더십에도 신경을 쓸 생각이다. 한 감독은 성적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에서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이끌어주길 바란다. 장성호는 "한화로 이적해 올 때부터 고참으로서 역할을 생각하고 있었다. 감독님께서도 고참들의 역할을 강조한다"고 했다. 강동우와 신경현에 이어 박정진과 함께 한화에서 서열 3번째 위치인 장성호는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선배들과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물론 성적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장성호는 안다. 그는 "성적을 잘내야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것 아니겠나. 내년에는 나와 팀 모두 올해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장성호는 "돌아보니 올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2010년을 뒤로하고 이제는 새로 다가오는 2011년을 향해 겨냥한다. 부활을 향해 정조준하고 있는 스나이퍼의 독수리 날갯짓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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