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계의 대부이자 영화감독 심형래(52)가 할리우드에 세 번째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두들 ‘안된다’고 할 때 ‘해보자’고 시작했던 일이 벌써 횟수로 십년이 넘었다.
괴물 SF영화 ‘용가리’(1999), ‘디워’(2007)를 거쳐 ‘라스트 갓파더’로 돌아온 심형래 감독. ‘고질라’의 짝퉁이라며 눈에 쌍심지를 꼈던 관객도, 냉정한 잣대를 들이댔던 언론도 대한민국 코믹의 원조 ‘영구’로 돌아온 심형래 감독에게 한층 너그러워졌다.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영구’가 되겠냐며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개봉 첫날 스코어도 ‘대박’이 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개봉 첫날인 29일 ‘라스트 갓파더’는 14만 9926명을 동원하면서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추격자’의 명콤비인 나홍진 감독, 하정우, 김윤석이 다시 만나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던 ‘황해’(7만 5276명, 누적관객수 131만)도 차태현의 코믹본능으로 흥행몰이 중이던 ‘헬로우 고스트’(8만 2990명, 누적관객수 113만)도 제쳤다.

할리우드로 간 심형래 감독에 대한 궁금증일지, 17년 만에 돌아온 ‘영구’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모르지만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애국주의 마케팅이다, 민족주의다 말이 많았던 ‘디워’도 국내에서 1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고, 미국에서는 극장상영과 2차 판권으로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한국의 코미디언이 세계 넘버원 영화판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다.
‘이정도면 됐다’ 싶을 법도 한데 심형래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인 코미디로 할리우드에 세 번째 노크를 했다. ‘라스트 갓파더’ 이후 3D 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과 ‘디워 2’도 기획 중이다. 감독 심형래. 그가 할리우드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미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내가 할리우드에 간다고 했을 때 모두들 나를 비웃었다. ‘디워’를 끝내고 ‘영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도 다들 코웃음을 쳤다. 나는 그들에게 ‘해내겠다’는 말보다 반드시 현실로 보여주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라스트 갓파더’가 나왔다.”

심형래 감독의 말처럼 ‘선구자’는 외롭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의 한 구절처럼 ‘영구와 땡칠이’ ‘티라노의 발톱’을 만들던 심형래의 첫 도전인 ‘용가리’는 할리우드에 눈에도, 할리우드 영화에 물들어진 국내 관객의 눈에도 하찮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시행착오 끝에 벌써 세 번째 작품을 만들어냈다.
국내 관객에게도 잊혀진 추억의 개그가 되버린 ‘영구’를, 그것도 ‘영구’란 존재를 전혀 모르는 할리우드에서 재현해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전세계적으로 몇 십년 동안 사랑받는 ‘미스터 빈’이나 ‘찰리 채플린’이 한국에서 나오지 말란 법 없지 않나. ‘영구’를 기획하면서 3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야한 코미디, 더럽고 저질인 코미디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보니 그것이 당장은 웃길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남는 게 없다. 보면서 따뜻해지는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나온 것 같다.”
사실 한국인이 서툰 영어로 미국인을 웃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나라마다 유머코드가 존재하는 만큼 완벽한 100% 코미디 영화로 승부를 본다는 것은 위대한 도전이자 위험한 모험이다.
“영구라는 캐릭터가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처음 내가 분장을 하고, ‘띠리리리~’를 하자 다들 자지러지더라. 몇 번 촬영을 하니 미국 스태프들이 죄다 나만 보면 양손을 올리고 ‘띠리리리~’하더라. 그때 ‘됐구나’ 싶었다. 미국의 현지 스태프들이 재미있어 한다면 분명 관객도 좋아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실 영화판이 전쟁터 같은데 그렇게 큰 웃음 속에 촬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고, 축복이다.”
‘디워’는 거대 자본에 큰 스케일, 정교한 CG 작업이 필요한 작업이었다지만, ‘영구’의 부활은 굳이 미국이 아니어도 됐다. 한국에서도 낯선 존재가 됐고, 과거 큰 성공을 거둔 경력이 있는 만큼 국내 관객을 대상으로 기획단계부터 쌓아나갔다면 조금은 쉬운 길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심형래는 주저없이 또 미국 할리우드를 택했다.
“한국 시장에서만 영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이 분명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디워’가 있었기 때문에 ‘라스트 갓파더’를 만들 수 있었다. ‘디워’ 때 발연기라고 그렇게 뭐라고 했던 배우들 대신 하비 케이틀 같은 명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도 ‘저 감독이 LA 거리를 막고 영화 ‘디워’를 찍은 감독’이라는 설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비난도 있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17년만에 부활한 ‘영구’와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할리우드’란 무대. 심형래에겐 어떤 의미일까. 심형래 감독은 “영구란 존재는 심형래의 또 다른 분신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로완 앳킨슨 대신 ‘미스터 빈’을 기억하듯이 말이다”고 영구에 대한 애착을 전했다. 또한 할리우드에 대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라는 말로 그 길었던 과거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긴 터널을 정의했다.
bongjy@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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