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정재훈, 기대 부응한 2010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2.30 10: 28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2월.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주축이 되는 선수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투수진에서는 팀 내 '형님'급에 속하는 투수들을 지목하며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김선우(33)와 정재훈(30), 그리고 이재우 같은 투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 힘을 확실히 내뿜어야 하는 선수들인 동시에 그동안 고생했던 선수들이지 않은가. 2010년에는 그들을 확실히 믿고 시즌을 치르고자 한다".

 
앞서 언급된 선수들 중 이재우는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인해 아쉽게 시즌을 마치고 말았다. 그러나 김선우와 정재훈은 각각 선발진-계투진의 핵으로 활약하며 두산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김선우는 올 시즌 13승 6패 평균 자책점 4.02를 기록하며 켈빈 히메네스(라쿠텐 이적)와 함께 선발진 원투펀치 노릇을 했으며 정재훈은 8승 4패 2세이브 23홀드(1위) 평균 자책점 1.73의 호성적을 올렸다.
 
팀이 인정하는 공헌도 또한 높다. 히메네스를 제외한 2010 연봉 고과에서 김선우는 팀 내 투수 1위에 올랐으며 정재훈은 그 뒤를 따랐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과 시즌 막판 팔꿈치 통증에도 김선우는 16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로 8개 구단 전체 투수들 중 공동 4위(롯데 라이언 사도스키)에 오르며 제 몫을 했다. 필요할 때 언제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정재훈의 수훈은 기록 그 이상이었다.
 
꼭 1년 전을 떠올려보면 이들의 올 시즌 활약상은 더욱 값졌다. 10여 년 간의 미국 외유를 마치고 2008년 두산에 입단했던 김선우는 에이스라는 기대치와 조금 동떨어진 성적을 냈다. 완급조절이 아닌 포심-투심 위주의 투구로 평균 자책점이나 피안타율이 높은 편이었고 그로 인해 김 감독으로부터 질책을 듣기도 했다. 선수 본인의 말 못할 고민이 대단했던 때다.
 
"이제는 돌아서 가는 방법을 택하겠다. 그동안 빠른 투구에만 집중했었는데 이제는 나의 의지만이 아닌 팀을 생각하는 투구를 펼치겠다"라고 다짐했던 김선우. 체인지업의 구사 빈도를 높이며 지난해 3할1리의 피안타율을 2할7푼7리로 낮췄으며 피장타율도 4할6푼1리에서 3할8푼으로 떨어뜨렸다.
 
정재훈은 정해진 보직 없이 미야자키 전지훈련을 치렀다. 캠프 초기 선발진 재진입 가능성도 있었고 마무리 이용찬의 갈비뼈 골절상 때는 "마무리도 할 수 있다"라며 의욕을 불태웠으나 결국 보직은 연습경기가 끝난 후 계투로 주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최근 3~4년 중 가장 좋았다. 허용 출루가 적더라도 단타 하나에 연쇄 실점으로도 이어지는 계투 보직에서 정재훈은 1할9푼4리의 탁월한 피안타율을 선보였다. 올 시즌 50이닝 이상 소화한 8개 구단 투수 중 피안타율 1할대는 정재훈이 유일하다. "오히려 목표 수치 없이 그저 열심히 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라는 것이 그의 시즌 자평.
 
팀 내 경쟁 구도를 통한 리빌딩을 마친 만큼 확실히 자라난 선수들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이 2010년 김 감독의 복안이었다. 비록 이번에도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으나 김선우와 정재훈이 보여준 가능성은 다른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을 비추기 충분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김선우-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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