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판을 뒤흔들었다. 계약기간 4년이나 남은 선동렬 감독을 단번에 퇴진시켰다.
선동렬 감독은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오전 구단 사무실에 들어가 경질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선 감독 스스로 용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자의가 아닌 타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변화는 김응룡 사장이 물러나고 신임 김인 사장이 부임하면서 예고됐다. 김재하 단장까지 옷을 벗으며 10년간 삼성을 이끌어왔던 김응룡-김재하 체제가 막을 내렸다. 변화는 이 정도에서 끝나는 듯했다. 선동렬 감독은 계약기간이 4년이나 남았고 재임 6년 동안 한국시리즈 2회 우승과 준우승 1회 등 뚜렷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삼성은 선 감독의 퇴진을 선택했다. 모든 사람이 놀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더욱이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를 잘 마치고 새해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옷을 벗었다. 자진 사퇴라고 이야기하지만 선 감독은 얼마 전 서울에서 담당기자들과 송년회를 하면서 내년 도약을 이야기했다. 그런 선 감독이 갑자기 열흘도 안돼 스스로 옷을 벗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퇴진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 싶다. 우선 그룹이 삼성 야구단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장-단장에 이어 감독까지 바꿔야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과감하게 선동렬의 경질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이는 선 감독이 추구해온 '지키는 야구'를 폐기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태 출신인 선 감독에 대한 삼성 내부의 안티 정서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선 감독은 부임 이후 끊임없이 삼성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편한 시선을 받아왔다. 그동안 실적으로 무마시켜왔으나 김인 사장체제가 들어서면서 버틸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령 구단 발표대로 선 감독이 스스로 용퇴를 선택했더라도 주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신체제의 행보에 커다란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돌출행동을 하지 않는 선동렬 감독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럴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실적있는 선 감독을 퇴진시키면서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삼성이 과연 선 감독의 퇴진과 함께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지는 아직은 모호하기 때문이다.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신임 감독의 부담도 동시에 커지게 됐다. V2 감독을 계약 기간 중 퇴진시키는 초유의 상황을 연출한 삼성호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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