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빚을 것인가?
선동렬 감독을 전격 퇴진시킨 삼성의 '12. 30 조치'를 두고 프로야구계가 벌집을 쑤신 듯 동요하고 있다. 삼성 프런트는 임기를 4년 남겨놓았고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겨준 감독을 세밑에 경질시키는 결단을 했다. 이유는 단 하나. 삼성은 새로운 야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내세웠다.
그렇다면 선동렬 감독의 퇴진은 이른바 '지키는 야구'의 폐기라고 말 할 수 있다. 김인 사장이 부임과 동시에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지더라도 재미있게 지겠다"는 말을 되짚어보면 '지키는 야구'의 부정으로 풀이된다. 그때부터 삼성은 이미 선 감독 없는 2011년을 도화지속에 그린 듯하다.

선 감독은 강력한 불펜진을 구축하고 최소의 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는 야구를 했다. 가공할 타선 보다는 희생번트로 착실한 득점을 올리는 공격방식을 택했다. 예전의 삼성의 화끈한 공격스타일과는 달랐다. 한쪽에서는 비판도 받았지만 탁월한 성적을 올린 덕택에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러나 삼성의 신체제는 이런 선 감독의 야구를 포기했다.
선 감독의 퇴진과 함께 이제는 삼성이 지난 10년 동안 추구해온 야구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년 동안 김응룡-선동렬 체제의 삼성야구는 현장 중시의 야구였다. 5년 장기 계약을 보장받은 감독은 선수들을 단단히 장악하고 김재하 단장이 이끄는 프런트는 감독을 중심으로 현장을 지원하는 업무에 충실했다.
이런 움직임들이 2002년 비원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으로 이어졌다. 김응룡 감독이 사장으로 부임하면서도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지휘봉을 넘겨받은 선동렬 감독은 김응룡 사장-김재하 단장 체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지키는 야구를 앞세워 2005~2006년 연패에 성공했다.
이후 선동렬 체제는 20007년 이후 3년 동안 주춤했으나 와신상담을 통해 2010년 들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비록 4연패를 당했지만 열세 전력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엎고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다들 세대교체의 덕택이라는 덕담을 들었다.
이처럼 지난 10년 간의 성과를 부정하기 힘든 가운데 삼성의 신임 프런트는 선 감독을 퇴진시키면서 강력한 변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은 개혁이라고 평하기는 힘들다. 신체제 및 류중일호의 성공과 밀접하게 관련있기 때문이다.
류중일호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선속에서 갑작스럽게 출범했다. 류 감독은 구단의 의지를 읽은 만큼 선 감독과는 다른 야구를 펼칠 수밖에 없다. 야수 출신으로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류중일호가 안착한다면 선동렬 감독의 퇴진은 개혁의 일환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 프런트의 향후 행보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프런트는 선동렬 감독까지 중도 퇴진시키는 강력한 힘을 과시했다. 김응룡-김재하-선동렬 체제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진공 상태나 다름없는 삼성은 벌써부터 프런트로 힘이 급격하게 쏠리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과연 선동렬 감독의 퇴진과 함께 삼성야구는 지난 10년 간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개혁의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후퇴하게 될 것인가. 삼성이 선택한 결과는 조만간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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