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도쿠라 물밑 영입전 바라보는 SK 시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12.31 07: 25

SK 와이번스가 포기한 일본인 외국인 투수 카도쿠라 켄(37)을 둘러싼 다른 구단의 영입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SK를 제외한 다른 구단들이 카도쿠라에 관심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보통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를 임의탈퇴로 묶는데 반해 SK는 카도쿠라가 어느 구단과도 계약이 가능하도록 시원하게 풀어줬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이 메디컬 테스트에서 불합격한 가네무라 사토루 대신 카도쿠라를 영입 후보로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아직 외국인 엔트리를 다 채우지 못한 구단들도 카도쿠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카도쿠라가 다시 국내 구단과 계약할 경우 SK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만약 카도쿠라가 다른 구단과 계약한 후 국내 마운드에 선다면 이는 SK의 판단 미스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SK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14승(7패, 평균자책점 3.22)을 올린 성공한 외국인 투수인 카도쿠라와 재계약 않겠다고 선언했다. 왼쪽 무릎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카도쿠라가 자신의 무릎 상태에 대해 "수술없이 재활로 가능하다. 어느 선수라도 가질 수 있는 통증"이라고 주장, SK의 재계약 불가 이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결국 카도쿠라의 재등장은 SK의 이런 판단을 뒤집는 것이다. 팬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또 선수단 전력 면에서도 상당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추후 팀 성적이 나쁘고 상대적으로 카도쿠라가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이런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그렇다면 SK가 판단한 카도쿠라의 상태는 어떤 것일까.
카도쿠라는 시즌 후반이던 9월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 주위 사람에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한 번 던진 후에는 집중적인 관리를 해야 다시 던질 수 있었다. 대만 클럽챔피언십 때부터는 런닝 대신 사이클을 타야 했다. 실제로 카도쿠라는 다리를 살짝 절기도 했다.
결국 SK는 한·일 클럽 챔피언십을 마친 직후 일본 오사카 대학병원으로 데려가 카도쿠라의 무릎 상태를 살폈다. 앞서 한국에서 받은 '내후방 반월판 연골 손상' 검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호준, 정대현의 수술을 집도했던 무릎 전문의는 카도쿠라의 무릎 상태를 본 후 두 가지 수술 방법을 제안했다. 3개월만에 재활을 끝낼 수 있지만 선수 생명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는 수술과 회복이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선수 생활은 이어갈 수 있는 수술이 그것이었다.
이에 한 관계자는 "결국 판단과 선택은 카도쿠라의 몫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가 있고 선수 생활에 대한 욕심이 있는 카도쿠라였기에 수술은 분명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재활로도 가능하다고 결정한 것 같다"면서 "재계약 생각이 있었던 SK 입장에서는 당장 전력이 힘들고 나이까지 있는 카도쿠라를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재활은 완전히 낫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아프다고 하면 SK는 난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카도쿠라의 생각은 좀 달랐다.
시즌 후반 아팠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누구나 통증은 안고 있는 만큼 재활로도 충분히 선수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시즌을 마친 후 "내년에도 보자"는 김성근 감독의 말을 SK와의 재계약이라 믿고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도쿠라 입장에서는 SK의 일방적인 재계약 불가 통보를 상당히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다. 재계약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삼 SK 단장은 "선수의 말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병원 MRI 결과를 믿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의 판단이었다. 의사의 말을 믿었다"면서 "외국인 선수는 팀의 즉시 전력이다. 만약 외국인 보유 한도가 3명만 됐어도 카도쿠라를 수술시키고 재활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일본에서 카도쿠라에게 영입 요청을 했다면 어땠을 것 같나. 카도쿠라가 SK와 계약하려고 했겠나. 다른 구단으로 가서 던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않나"며 반문한 뒤 "14승 투수를 내보내야 하는 구단, 감독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깝겠나. 최근에는 가뜩이나 외국인 선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카도쿠라가 다른 팀으로 가서 잘하면 우리가 판단 미스를 한 것이다. 어쩔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병원의 판단을 더 신뢰했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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