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선동렬(47)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30일 오후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삼성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사장과 단장이 교체되면서 선동렬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지만 감독직을 내려놓기 하루 전까지 몰랐다는 그의 말을 통해 씁쓸한 퇴장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사임 소식에 모든 야구인들도 깜짝 놀랐다. 지난 2005년 삼성 감독으로 부임 직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올해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6년 동안 우승 2번, 준우승 한번은 훌륭하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도 2009년 단 한번이었다. 야구인들은 성적을 낸 감독이 옷을 벗었다는데 놀랐다.
그러나 선 감독의 사임 직후 어느 누구도 감독으로서 그의 능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혹평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누가 봐도 인정받을 만한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무등산 폭격기'와 '국보급투수'라는 별명은 한국과 일본에서 선수시절 그의 명성을 대변한다.

선 감독은 지난 1985년 한국프로야구에 데뷔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11년 동안 367경기에 등판 146승 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했다. 그의 전매특허는 150km가 넘는 묵직한 직구에 면도칼보다 예리하게 휘는 슬라이더였다. '무등산 폭격기'답게 1647이닝을 동안 삼진은 무려 1698개나 잡아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도 '나고야의 수호신'으로 맹활약하며 4시즌 동안 162경기에 등판 10승4패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일본으로 건너와 더욱 가다듬은 제구력 덕분에 그는 197이닝 동안 삼진을 228개나 솎아냈다.

은퇴 후 잠시 휴식을 가진 그는 일본에서 코치 연수 후 지난 2003년 10월 삼성 코치직 맡은 뒤 1년 2005시즌부터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다. 통산 774경기에서 417승 340패 17무로 승률은 5할3푼9리를 마크했다.
특히 투수 조련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투수왕국' 삼성 마운드를 지키는 배영수, 안지만, 차우찬, 정현욱, 오승환, 권혁, 그리고 정인욱까지 선동렬 감독의 지도력이 빛이 발해 가능한 작품이었다.
이 때문에 선 감독은 당장 2011시즌을 마치고 계약기간이 끝나는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여기에 9구단이 창단될 경우 구단들간의 뜨거운 경쟁 속에서 사령탑에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향팀 KIA 타이거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후보군이다.
선 감독은 지난 6년 동안 774경기를 덕아웃에서만 지켜봤다. 그러나 내년에는 한 시즌 동안은 야구장 응원석 또는 TV를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야구를 볼 수 있게 됐다. 선 감독 역시 "당분간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겠다"고 말한 뒤 언제라고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다시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명시했다.
'능력자'선동렬 감독에게는 큰 시련이 앞으로 자신의 지도자 인생에서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별명인 'SUN'은 지지만 다시 뜨는 것처럼 말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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