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2NE1이 일본 최대기획사 에이벡스와 손잡고 내년 2월 일본에 전격 진출한다. 국내 인기 걸그룹의 일본 공략에 있어서 사실상 대미다.
2NE1과 에이벡스의 조합은 일견 당연한 수순이면서도 이채롭다. 일찍이 유니버셜 뮤직과 손잡고 빅뱅을 런칭시켰던 YG가 현재 ‘신한류 수입’의 절정기를 맞고 있는 유니버셜이 아닌 에이벡스를 택했다는 점에서, 또 보아, 동방신기를 현지 톱스타로 만들며 신한류의 초석을 마련했던 에이벡스가 전혀 다른 색깔의 아이돌그룹 2NE1을 택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조합으로 풀이된다.
에이벡스 입장에서는 2NE1을 상당히 ‘절박하게’ 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가요계 해석이다. 에이벡스가 그 어느 때보다 굶주려 있기 때문.

동방신기를 어렵게 현지화시켜 한류 소비층을 젊은 세대로 끌어내리고, 가수들의 한류 포문을 열어젖힌 에이벡스는 정작 소녀시대-비스트-2PM-카라-샤이니 등 동방신기의 활약을 등에 업고 고수익을 올리는 3세대 아이돌을 줄줄이 놓치고 마는 불상사를 겪었다.
SM에 등 돌린 JYJ의 편에 섰다가 SM은 물론이고, 다른 연예기획사들로부터도 신의를 잃어 지난 한해 한국 그룹과 단 한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굴욕을 당한 것. JYJ를 택하며 자연스레 놓친 소녀시대 등이 일본 땅에 착륙하자마자 톱 그룹으로 올라서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던 에이벡스는 뒤늦게 JYJ의 일본 매니지먼트를 중단하고 SM과 동방신기를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 진화에 나섰지만 국내 연예기획사들의 마음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한류에 있어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진 에이벡스가 정작 2010년 신한류에서 소외되는 ‘진풍경’이 펼쳐진 가운데, 신한류를 맘껏 누린 곳은 바로 유니버셜이었다.
빅뱅을 시작으로 한국 그룹의 가능성에 눈을 뜬 유니버셜은 카라와 소녀시대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키고, 내년 활약이 크게 기대되는 비스트까지 영입하면서 신한류 중심에 우뚝 섰다.
에이벡스 입장에서는 유니버셜이 주도한 걸그룹 열풍과 크게 차별화하면서, 그에 대항할만한 톱그룹이 필요한 상황. 2NE1이 적격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SM 소속의 소녀시대로 ‘재미’를 본 유니버셜에게, 유니버셜과 가장 먼저 손잡은 YG의 2NE1을 데려옴으로써 ‘복수’를 한 셈이 되기도 한다.
YG는 이같은 에이벡스의 ‘절박함’을 기회로 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벡스가 빼앗긴 ‘한류 중심’을 되찾아오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 뻔한 데다가, 보아-동방신기로 쌓아온 노하우 역시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실제로 에이벡스는 한때 연매출이 1000억엔을 돌파한, 일본에서 가장 큰 소속사로 손꼽히고 있으며, 이번 2NE1의 런칭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유니버셜보다 더 큰 무언가를 하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예상. 유니버셜은 소녀시대의 첫 쇼케이스가 NHK 뉴스 헤드라인에 보도될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었다. 최근 비스트의 첫 쇼케이스에서는 헬기를 띄우고, 사자-호랑이 등을 동원하는 등 한국 그룹 프로모션에 온힘을 다 쏟아부은 상황이다. 에이벡스가 2NE1으로 자존심 회복에 나서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다.
YG 역시 내년 일본 활동에 힘을 실을 계획. 지난 한해 국내 활동에 열중하느라 ‘신한류’ 열풍에 합류하지 않았던 2NE1은 내년에는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일본 활동으로 2011년을 본격적인 일본 진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카라와 소녀시대가 일본 내 한국 걸그룹 시장을 크게 형성해놓은 가운데, 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진 2NE1이 기존 신한류 층을 흡수하는 동시에 새로운 팬층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YG의 양현석 프로듀서는 “2NE1에게 애정이 많은 에이백스의 최고 오너가 직접 진행하는 일이기에 YG 역시 2NE1의 일본 진출 및 활동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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