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구실내체육관. 경기 전 선수 명단에 서울 삼성 애론 헤인즈(29· 201.2cm)의 이름이 물결표로 그어져있었다. 출전 엔트리서 빠졌다는 뜻이다. 상대팀 대구 오리온스가 9위이지만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는 1승1패로 호각세였고 경기 내용도 접전이었다. 삼성 안준호 감독도 "헤인즈가 빠져 걱정"이라며 근심을 나타냈다.
4연패 수렁에 빠지며 선두권 경쟁에서 밀려난 삼성은 설상가상으로 헤인즈마저 부상을 당했다. 구랍 30일 원주 동부전에서 경기 막판 공격자 파울을 범하는 과정에서 김주성과 부딪치며 왼쪽 허벅지를 다친 것이다. 통증이 생각보다 오래가자 안 감독은 헤인즈를 오리온스전에 빼기로 결정했다. 4연패라는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결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위기에 더 강했다. 오리온스를 맞아 1쿼터 초반 한때 15점차로 뒤지며 5연패로 가는 듯 보였다. 또 다른 외국인 수 나이젤 딕슨도 오리온스의 빠른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6분25초밖에 뛰지 못했다. 철저하게 국내 수들로 꾸려 경기를 풀어나간 삼성은 종료 0.1초 전 터진 김동욱의 결승 중거리슛으로 89-87, 값진 승리를 따내며 연패 사슬을 끊는 성공했다.

경기 후 안준호 감독은 "헤인즈가 결장했는데도 국내 수들이 리바운드도 열심히 잡아주며 분전해 줬다"고 칭찬했다. 이어 "선수들이 연패를 끊겠다는 의욕이 뛰어났다. 코트에서 마지막까지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신 세를 높이 평가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8경기에서 1승7패로 깊은 수렁에 빠질 때 보이지 않았던 정신력이 살아났다는 점에서 삼성의 승리는 1승 이상의 값어치가 있었다.
삼성은 시즌 초반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국가대표 3인방' 이정석 이규섭 이승준이 아시안게임으로 차출되면서 엔트리 짜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혁과 헤인즈를 중심으로 김동욱 차재영 이원수 등 벤치멤버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며 상승세를 탔다. 국가대표 3인방이 빠진 10경기에서 7승3패로 승승장구했다. 그때도 안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좋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나 국가대표 3인방이 복귀한 이후 팀이 헝클어졌다. 조직력에 문제가 생기며 구멍이 숭숭 뚫렸다. 선수 자원은 풍부해졌지만, 오히려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가운데 헤인즈의 부상으로 생긴 위기가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다. 올 시즌 내내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았던 삼성은 이날 이승준(26점) 김동욱(23점) 강혁(18점)이 이상적인 득점 분포도를 보였다.
삼성은 새해부터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오리온스전을 마친 후 급하게 KTX행 열차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2일 창원 LG, 4일 울산 모비스, 6일 안양 인삼공사, 8일 모비스를 차례로 홈으로 불러들인다. 헤인즈의 출장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큰 부상은 아니라 장기간 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 감독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모습ㅇ다.
위기 때마다 더 강해지는 삼성. 과연 헤인즈 부상이라는 역풍을 뚫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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