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의 2010 '연예대상' 시상식이 화려한 막을 내렸다. 관심을 모았던 3사별 대상 수상자는 이경규(KBS) 유재석(MBC) 강호동(SBS)이었다. 세 사람 모두 현재 대한민국 예능계의 세 축을 담당하고 있는 최고 예능인이다. 받을 만한 이들이 받았다고 대다수의 관계자들과 네티즌이 축하를 보냈다. 헌데 대상을 제외한 올해 '연예대상'의 수상자 명단을 살펴보면 개그맨, 코미디언들이 아닌 아이돌 가수, 배우 등 이른바 비예능인들이 대거 올라와 눈길을 끈다.
'연예대상'은 사실상 예능인들의 축제이자 시상식이다. TV 드라마 배우들의 잔치 '연기대상'이 있고 가수들의 자리인 '가요 시상식'이 있고 영화배우들을 위한 각종 영화제나 시상식이 있는 것처럼 '연예대상'은 예능인들이 한 해 동안의 성과를 확인하고 수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하며 함께 웃고 즐기는 자리인 것. 그런데 최근 들어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비예능인 혹은 전문 예능인이 아닌 가수나 배우들의 존재감이 확실히 강해지고 있다. 얼마 전 이수근이 한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후배들이 없다"고 일침을 가한 일이나 유재석이 2010 'MBC 연예대상'을 수상하고는 "후배들이 없어 아쉽다. 내년에는 더 많은 후배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상황은 씁쓸하다. 코미디를 천직으로 아는 후배들이 서야 할 자리를 아이돌 가수나 청춘 배우들이 대신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예능을 꼭 개그맨만 하란 법은 없다. 사실상 가수나 배우, 개그맨 사이 영역 파괴가 일어난 것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가수가 연기에 도전하거나 개그맨이 음반을 내거나 배우가 예능을 하는 상황에 대한 대중의 어색함이나 거부감도 줄어든 지 오래다. 그래도 예능국이란 곳이 분명 전문성을 지닌, 코미디와 예능이 직업인 이들의 주 무대가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정통 코미디든 버라이어티든 외부인 영입보다는 내부 인력으로 굴러가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연예계 전반에 걸쳐 영역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현실은 못내 안타깝다.

실제 올해 SBS '연예대상'이 꼽은 '뉴스타상', 말 그대로 신인들에게 주는 이 수상자 명단에는 개그맨이 전무하다. 송중기 개리 이광수 루나 민호 조권 정용화 신동 아이유 가희 등이 트로피를 거머쥐며 2010년 각광받은 예능 새내기로 이름을 올렸다. 신인 개그맨이라곤 찾아 볼 수 없던 이 수상자 명단에서 개그맨들의 어두운 미래가 엿보인다. SBS의 경우 최우수상, 최고인기상조차 가수 이승기에게 돌아갈 정도였다.
SBS 뿐 아니라 KBS나 MBC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돌이나 배우들로 버라이어티를 꾸려왔으니 수상자 명단이 그들의 이름으로 채워지는 건 당연하다. 애쓴 이들의 공로를 인정 안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개그맨들이 주름잡아야 할 잔치집 아닌가. 그 곳에 수상자나 시상자의 자격으로 배우와 가수들이 판을 치는 현실은 대한민국 개그계의 미래를 걱정하게 한다.
모든 개그맨들이 입모아 걱정하듯 정통 코미디가 위기에 직면하고, 배우와 아이돌 틈바구니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개그맨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씁쓸한 '연예대상'이었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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