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높이가 발목을 잡았다.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리던 부산 KT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KT는 지난 2일 원주 동부전에서 58-77로 완패했다. 1쿼터부터 더블스코어로 벌어진 간격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벌어졌다. 동부의 질식수비에 가로막혀 턴오버를 무려 17개나 남발하며 자멸했다.

결국 이날 KT는 58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최소득점. 평소 코트사이드에서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던 전창진 감독도 일찌감치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후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심기가 불편한 패배였다.
이날 KT는 동부의 수비에 철저하게 막혔다. 3점슛을 12개 중 2개밖에 넣지 못한 데다 야투성공률은 45.1%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턴오버를 17개나 저질렀는데 이는 3차 연장까지 간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삼성전을 제외하면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턴오버였다.
야투성공률이 가장 높고 턴오버가 가장 적은 경제적인 농구를 하던 KT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주성을 위시한 동부 특유의 3-2 드롭존에 무기력하게 당했다. 결국은 높이에서 오는 컴플렉스가 문제였다.
동부는 김주성을 가운데 두고 골밑을 윤호영과 로드 벤슨이 막는 3-2 드롭존을 취했다. 박상오의 포스트업이나 조성민의 2대2 플레이를 펼치기 여의치 않았다. 설령 골밑을 향해도 이중 삼중으로 들어오는 협력수비에 에워싸였다. 외곽슛마저 침묵하면서 공격이 막혔다.
높이의 팀을 상대로 외곽슛이 안 터지면 속수무책. 그나마 외곽슛 찬스도 24초 공격시간에 쫓겨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KT는 김주성 윤호영 벤슨의 높이를 감당하지 못하며 무수한 파울을 허용했다. 동부는 자유투로만 무려 22점을 올렸다.
경기 전 전창진 감독의 우려가 그대로 나타난 한판이 되고 말았다. 전 감독은 "높이가 있는 팀들은 우리 입장에서 버거운 게 사실이다. 매치업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승진 이승준 김주성을 1대1로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KT는 김주성 못지않게 윤호영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 전 감독은 "수비에서 더블팀이나 헬프를 많이 가면 힘이 들어 공격에서도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했는데 동부전이 딱 그랬다.
KT는 외국인선수 제스퍼 존슨과 찰스 로드 그리고 송영진과 박상오가 골밑을 지킨다. 존슨과 로드는 공격력에 비해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다. 로드는 탄력은 좋지만 수비 이해도가 떨어져 전 감독으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혼이 난다. 송영진과 박상오가 있지만 든든한 외국인 센터의 도움없이는 기본적으로 사이즈와 운동능력에서 오는 차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빠르고 높은 김주성 그리고 수비 자체가 조직적으로 돌아가는 동부를 상대로는 특히 더 어렵다. 하승진의 수비범위가 좁은 KCC와 달리 동부의 수비 범위는 광대하고 보다 조직적이다. KCC전에 강한 KT가 동부에게 고전하는 이유다.
전창진 감독은 "정말로 강팀이 되려면 높이가 되어야 하는데 참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높이 컴플렉스에 맞서 전 감독이 들고나올 비책이 궁금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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