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저렇게 열심히 훈련하는 후배는 본 적이 없다".
'야구하지 않는 6개월(10월~3월)에 가장 바쁜 남자'라는 비아냥을 듣는 후배 정수성(33)을 바라보는 선배 이숭용(40, 이상 넥센 히어로즈)의 말이다. 그 만큼 정수성은 언제나 열의와 성의를 다해 야구를 대했다.
그럼에도 정수성이 풀시즌을 소화한 것은 지난 2005년 현대 시절 뿐이었다. 당시가 27살이었으니 벌써 6년이 흘렀다. 이후 외야수 정수성은 백업 및 대주자로 활약하는데 그쳤다.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시범경기까지 가장 돋보여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시즌에 돌입하면 벤치를 덥힐 뿐이었다.

이에 정수성은 "내가 못해서 그런 것 아니겠나. 프로는 실력이다. 변명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이다. 하지만 원인은 있는 법. 정수성은 그 이유에 대해 "4월 징크스"를 이야기했다.
정수성은 확실한 1군 자원이었던 적이 없었다. 때문에 비시즌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면서 스프링캠프를 기다렸다. 이유는 단 하나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기 위해서다.
"1군이 아닌 다른 모든 선수들도 나처럼 훈련한다"는 정수성은 "나는 보여줘야 하는 위치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잘해야 시즌 엔트리도 바라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1군 무대를 밟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든 초점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맞추다가 정작 4월이 되면 하향곡선을 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수성은 "방망이를 항상 잘 칠 수는 없다. 그런데 하필 4월만 되면 페이스가 떨어졌다. 주위 분들이 4월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라고 하지만 1군을 보장받지 못한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며 "정작 '야구하는 6개월이 아니라 남들이 야구를 하지 않는 6개월(10월~3월)에 더 야구를 잘하는 남자'라는 비아냥도 듣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매년 주전을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2010시즌은 더 아쉬웠다. 3개월 동안 음식조절까지 해가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했던 시즌이었다. 그런데 4월 감기 몸살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정수성은 이후 다시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A형 간염이 덮쳤다. 고열과 구토 때문에 2군에서도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 후인 10월에야 다시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작년에는 느낌이 좋았다"는 정수성은 "막연하지만 1군 목표는 분명하다. 톱타자로 나선다면 40도루 이상은 충분히 해낼 자신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아프지 않고 1군에서 버티는 것이 더 큰 목표가 됐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 1년 내내 잘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신묘년 새해. 빠르기와 외모에서 토끼를 닮은 정수성이 넥센의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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